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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술 암흑기 맥 이은 전통술 9가지 뿐” [한겨레]

Illinois 2006. 9. 25. 23:54


171분의 9. <임원경제지>에 소개된 술 171가지 가운데 맥을 이은 술은 9가지뿐이다.

허시명 전통술품평가는 25일 서울 언론인회관에서 열린 2006 실학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실학과 술’이란 논문에서 이처럼 밝혔다.

<임원경제지>는 조선 후기 서유구(1764~1845)의 저작으로 제2권 정조지의 온배지류에 술을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다. 여기에는 빚는 방법 109가지, 효능을 중심으로 소개한 술은 62가지 등 171가지 술을 소개했다.

허씨는 <임원경제지>에 소개된 술과 현대의 동명의 술을 재료, 특징을 비교하여 같은 이름의 현존 술 25가지 가운데 명실공히 맥을 이은 술은 향온주, 부의주, 삼해주, 연엽주, 이화주, 죽력고, 과하주, 무술주, 백화주 등 9개뿐이고, 하향주, 법주, 청명주, 송화주, 계명주, 오가피주 등 6가지는 ‘이름만 같을 뿐 전혀 다른 형태’라고 주장했다. 또 소곡주, 송순주, 감저주, 이강고, 송절주, 구기주, 인삼주, 국화주, 의이인주, 녹용주 등 10가지는 ‘계보를 같이 하지만 사뭇 달라진 형태’로 분류했다.

그는 1909년 주세법 시행에 따른 술 통제, 1934년 가양주 불법화, 1960년대 중반 곡물주조 금지조처 등 20세기를 ‘술의 암흑기’로 규정하고 이때 전통주가 궤멸되었다고 주장했다.

허씨는 “술이 사회적 자산으로,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는 가공상품으로 재해석되는 현실에서 <임원경제지>는 체계화하고 과학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실학이 꽃피었던 영정조 때는 술에 있어서는 ‘극심한 탄압기’라고 보았다. 영조 38년 정언 권극의 제안으로 금주령을 내리고 어긴 자는 사형에 처하도록 했다. 첫 희생자는 남병사 윤구연. 빈 술병을 증거로 남대문 앞에서 처형했다. 처벌이 가혹하다는 여론에 따라 사대부는 서인으로 폐하고, 서인은 매를 때려 귀양 보내는 것으로 완화하였지만 영조 45년까지 금주령은 지속됐다.

허씨는 정조 때는 궁중에서 사발주나 폭음의 문화가 있었음을 소개했다. 정조가 중희당에서 정약용에게 삼중소주를 옥필통에 가득히 부어서 권한 바 있고, 춘당대 고권에서 큰 사발로 술을 권해 만취한 학사들이 남쪽으로 향하여 절을 올리기도 하고 어떤 이는 연석에 엎어지고 누워있고 하였다고 다산의 편지글을 통해 밝혔다.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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