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풀과 꽃

[스크랩] 꽃이름 어떻게 지어지나

Illinois 2007. 5. 23. 14:17

식물 이름 어떻게 지어지나

심후섭

 

하늘은 녹이 없는 사람을 이 세상에 보내지 않았고, 땅은 이름이 없는 풀을 이 세상에 내지 않았다(天不生無綠之人 地不生無名之草).’라는 옛 구절이 있다. 사람이거나 풀이거나 간에 할 일이 있고, 그에 따라 먹을 것이 있으며 또한 그 일에 합당한 이름을 가지게 된다는 말이다.

또한 ‘사람은 자신의 이름을 얻기 위해 이 세상을 살아간다.’라는 말도 있다. ‘사람이 무엇이 된다.’는 말은 결국 새로운 이름을 얻는다는 것이며, 죽으면 남는 것은 그 이름뿐이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수많은 위인들은 목숨보다도 아름다운 이름 즉 명예를 더 귀중하게 여겼던 것이다.

우리는 더러 다른 사람이나 동물들의 이름만 듣고도 감히 그 사람이나 동물이 하는 일이나 성격까지도 짐작하려 들 때가 있다. 그것은 사람의 이름 속에 그 사람의 성격까지도 녹아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처럼 이름에 대하여 높은 가치를 매기고 있다. 더욱이 다른 사람이 지어서 널리 불러주는 이름일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고 볼 수 있다.

식물들에게도 각기 그에 적합한 이름이 붙어 있다.

들꽃이나 나무들은 그 모양과 살아가는 방법이 너무나 다양하여 쉽게 이름지을 수는 없지만 대개는 사는 곳에 따라, 다른 것과 비교하여, 식물기관의 특색에 따라, 색깔에 따라, 크기에 따라 지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사는 곳에 따라 붙여진 이름에는 사는 곳을 가리키는 말이 머리에 붙게된다. 주로 바닷가 갯벌에서 살아가는 것에는 앞에 ‘갯’을 붙여 갯완두, 갯질경이, 갯바랭이, 갯개미취, 갯메꽃이라고 지어 부르고 있다.

 

깊은 골짜기에서 주로 살아가는 것에는 골고사리, 골사초, 골병꽃나무, 골잎원추리와 같이 ‘골’을 붙이고, 구름이 내려다보일 정도의 높은 산지에서 자라는 것에는 구름제비꽃, 구름떡쑥, 구름병아리난초, 구름패랭이꽃, 구름국화처럼 ‘구름’을 앞에 붙인다.

 

또 깊은 두메에서 주로 자라는 것에는 두메양귀비, 두메취, 두메고들뻬기, 두메부추, 두메솜방망이, 두메양지꽃처럼 ‘두메’를 붙이고, 넓은 벌판에서 주로 볼 수 있는 것에는 벌개미취, 벌씀바귀, 벌깨풀, 벌완두, 벌노랑이처럼 ‘벌’을 앞에 붙인다. ‘벌’이 앞에 붙으니까 ‘꿀벌’을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사실은 ‘벌판’을 가리킨다.

 

또 깊은 산 속에서만 살아가기 때문에 얻은 이름으로는 산구절초, 산달래, 산용담, 산오이풀, 산수국, 산부추, 산꼬리풀, 산씀바귀 등이 있고, 물이 많은 곳에서 주로 자라기 때문에 얻은 이름으로는 물매화, 물봉선, 물싸리, 물솜방망이, 물미나리아재비, 물머위 등이 있다.

 

그리고 돌이 많은 곳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얻은 이름으로는 돌단풍, 돌나물, 돌마타리, 돌양지꽃, 돌창포, 돌앵초, 돌콩, 돌팥 등이 있다. 섬단풍, 섬말나리, 섬갯장대, 섬국수나무, 섬제비꽃, 섬백리향, 섬쑥부쟁이, 섬자리공, 섬쥐손이 등은 주로 육지에서 떨어진 섬 지방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인데, 우리 나라의 경우는 대개 울릉도 특산 식물 앞에 ‘섬’자가 많이 붙는다. 제주도에서만 자라는 식물은 그 이름 앞에 ‘한라’가 붙게 된다.

이처럼 주로 살아가는 곳에 따라 ‘갯’, ‘골’, ‘구름’, ‘두메’, ‘벌’, ‘산’, ‘물’, ‘돌’, ‘섬’, ‘한라’ 등이 붙은 이름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다른 것과 비교하여 지어진 이름에는 ‘참’, ‘개(犬)’, ‘너도’ 혹은 ‘나도’, ‘뱀’, ‘새(鳥)’ 등이 이름 앞에 붙게 된다. 그리하여 참나리, 참으아리, 참개별꽃, 참당귀, 참바위취 처럼 진짜라는 것을 강조하는 이름이 있는가 하면, 나도밤나무, 나도고추풀, 나도국수나무, 나도바람꽃, 나도송이풀, 나도옥잠화 및 너도밤나무, 너도고랭이, 너도골무꽃처럼 완전히 다른 종류이지만 비슷하게 생긴 것을 구분하여 부르기도 하는 것이다.

 

또 개망초, 개살구, 개구릿대, 개다래, 개머루, 개양귀비, 개여뀌, 개연꽃, 개오동과 같이 기준에 못 미치는 것에는 ‘개’를 붙이거나 새머루, 새팥, 새모래덩굴, 새완두, 새삼, 새사초와 같이 ‘새’를 붙인다. 이는 ‘개’나 ‘새’를 낮추어 보는 데에서 기인한 이름이다. 또 뱀고사리, 뱀무, 뱀딸기 처럼 땅에 바짝 붙어 자라는 것에는 ‘뱀’을 붙여 구분하기도 하였다.

 

식물 기관의 특색에 따라 나누는 이름에는 가는잎구절초, 가는장구채, 가는잎돌쩌귀, 가는오이풀, 가는층층잔대와 같이 ‘가는’을 붙여 ‘가늘다’라는 뜻을 강조한 것이 있고, 가시여뀌, 가시연꽃, 가시오갈피, 가시엉겅퀴, 가시아욱처럼 ‘가시’가 있음을 나타내는 이름도 있다.

 

또 모양이 길다하여 긴병꽃풀, 긴오이풀, 긴꼬리풀, 긴분취와 같이 ‘긴’을 붙이기도 하였고, 갈퀴가 달려 있으면 갈퀴나물, 갈퀴덩굴, 갈퀴꼭두서니처럼 ‘갈퀴’를 앞에 붙이기도 하였다. 잎이나 줄기에 털이 많으면 털머위, 털여뀌, 털사철난, 털제비꽃, 털중나리, 털쥐손이처럼 ‘털’을 붙였고, 모양이 톱같이 생겼으면 톱잔대, 톱분취, 톱바위취, 톱풀처럼 ‘톱’을 앞에 붙였다.

 

잎모양이 우산처럼 생겼으면 우산잔대, 우산나물, 우산방동사니처럼 ‘우산’을 앞에 붙였고, 끈끈한 즙액이 있으면 끈끈이주걱, 끈끈이여뀌, 끈끈이대나물, 끈끈이장구채처럼 ‘끈끈이’를 앞에 붙였다. 또 모양이 곧게 서 있으면 선괭이밥, 선사초, 선이질풀, 선씀바귀, 선제비꽃, 선메꽃처럼 ‘선(立)’을 붙였고, 누워서 자라면 눈향나무, 눈잣나무, 눈측백나무처럼 ‘누운=눈’을 앞에 붙였다. 이때의 ‘눈’은 하늘에서 내리는 흰눈과는 관계가 없다. 

 

색에 따라 지어진 이름에는 금색과 은색을 나타내는 금마타리, 금목서, 은난초, 은목서, 은방울꽃 등이 있고, 광대싸리, 광대버섯처럼 울긋불긋함을 나타내는 이름이 있다.

 

또한 백송(白松)은 흰 줄기에서, 금송(金松)은 누런 줄기에서, 주목(朱木)은 붉은 색깔 줄기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그리고 벽오동(碧梧桐)은 청오동(靑梧桐)이라고도 하는데 푸른색에서, 황매화는 황색에서, 옥매화는 옥색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그리고 크기에 따라 지어진 이름에는 작음을 나타내는 경우, 각시둥굴레, 각시붓꽃, 각시원추리, 각시제비꽃, 각시취처럼 ‘각시’를 붙이거나, 땅나리, 땅채송화, 땅비싸리, 땅빈대, 땅귀이개처럼 ‘땅’을 붙였다.

 

또 애기마름, 애기메꽃, 애기부들, 애기원추리, 애기현호색처럼 ‘애기’를 붙여 작고 귀여운 모습을 나타내었고, 좀냉이, 좀가지풀, 좀꿩의다리, 좀붓꽃과 같이 ‘좀(small)’을 붙이기도 하였다.

 

그리고 병아리난초, 병아리방동사니,  병아리풀, 병아리다리와 같이 ‘병아리’를 붙이거나, 왜솜다리, 왜개연꽃, 왜당귀, 왜골무꽃, 왜현호색 등과 같이 ‘왜(倭)’를 붙여 작음을 나타내기도 하였다. ‘왜(倭)’는 일본을 낮추어 부르는 옛말로 작고 볼품 없음을 나타내었다.

이와는 반대로 큰 것을 나타낼 때에는 큰까치수영, 큰구슬봉이, 큰개별꽃, 큰앵초, 큰복주머니꽃, 큰제비꼬깔 등과 같이 ‘큰’을 붙이거나 왕고들빼기, 왕괴불나무, 왕머루, 왕바랭이, 왕제비곷, 왕원추리, 왕골, 왕갈대, 왕모시 등과 같이 ‘왕’을 앞에 붙였다.

 

또 말나리, 말냉이, 말냉이장구채와 같이 ‘말’을 앞에 붙이거나, 수리취처럼 ‘수리’를 앞에 붙이기도 하였다. ‘수리’는 ‘독수리’처럼 크고 힘이 센 맹금류를 일컫는 말이다. 이처럼 키가 크거나, 잎이 넓고 줄기가 굵으면 ‘큰’, ‘왕’, ‘말(馬)’, ‘수리’ 등을 앞에 붙여 그 성질을 나타내었다.

 

그밖에 특징을 살려지은 이름에는 불에 넣으면 ‘꽝꽝’하는 소리가 난다하여 지어진 꽝꽝나무, ‘자작자작’ 소리를 내며 탄다고 하여 붙여진 자작나무가 있고, 불에 태우면 노란 재가 남는다 하여 지어진 노린재나무가 있다. 또 가지를 꺾어 물에 넣으면 물이 푸르게 변한다하여 물푸레나무가 있고, 부러뜨리면 ‘딱’하고 소리가 난다하여 지어진 닥나무가 있다.

 

그리고 생강 냄새가 난다하여 붙여진 생강나무가 있고, 열매를 삶아 맛을 보면 다섯 가지 맛이 난다하여 이름 붙여진 오미자(五味子)나무가 있다. 그리고 열매를 부수어 물에 넣으면 고기가 떼로 죽는다 하여 붙여진 떼죽나무가 있다. 또 단풍이 특히 붉게 든다하여 지어진 붉나무가 있고, 아주 작은 바람에 잎이 매우 많이 떤다고 하여 지어진 사시나무가 있다.

 

또 줄기를 자르면 노란액이 나온다고 해서 애기똥풀이라는 이름을 얻은 풀도 있고, 뿌리를 뽑으면 뿌리액이 빨갛다고 해서 피뿌리풀이라는 이름을 얻은 풀도 있다. 귀엽기도 하고 겁도 난다. 상사화(相思花)는 서로 상(相), 생각 사(思), 꽃 화(花)라고 해서 잎과 꽃이 평생 한번도 만나지 못하기 때문에 ‘서로 생각만 한다.’는 뜻을 가진 이름이 붙여 졌고, 오이풀은 줄기를 자르거나 잎을 비비면 오이 냄새가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또 잎을 비비면 생강 냄새가 난다하여 생강나무가 된 나무도 있다. 이 나무를 강원도에서는 산동백이라고도 한다. 또 일부 지방에서는 이른봄에 노랗게 피는 이 꽃을 보고 산수유꽃이라고 하는데 사실은 생강나무를 잘못 안 것이다.

물푸레나무는 껍질을 벗겨서 물에 담그면 물이 새파랗게 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고, 붉나무는 가을의 단풍이 너무 붉고 아름다워서 붙여진 이름이다. 또 조릿대는 복조리 만드는 대나무이고, 시누대는 마디가 미끄러워서 화살을 만드는 대나무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꽃과 열매가 개 불알처럼 생겼다 하여 개불알풀이 되었고, 잎이 자라등 같이 생겼다 하여 자라풀로 이름지어진 물도 있다. 강아지풀은 꽃과 이삭이 강아지 꼬리처럼 생겨서 붙은 이름이고, 강아지풀 중에서도 황금빛을 낸다하여 금강아지풀이 되기도 하였다. 족도리꽃은 꽃모양이 시집가는 색시가 쓰는 족도리 같이 생겼다 하여 붙은 이름이고, 고깔제비꽃은 족도리 위에 고깔을 덧씌운 것 같다 하여 붙은 이름이다.

또 꽃이 고양이 눈처럼 생겼다 하여 괭이눈, 잎이 노루귀처럼 생겼다 하여 노루귀, 투구처럼 생겼다 하여 투구꽃으로 불리기도 하였다.

쇠뜨기는 소가 잘뜯어 먹어서 지어진 이름이고, 오미자(五味子)는 열매를 끓이면 다섯가지 맛을 낸다 하여 지어진 이름이다. 오미자는 차로 만들어 많이 이용되고 있다.
또 줄기가 붉기 때문에 묽을 주(朱)를 써서 주목이 되고, 가지가 층층이 돋아난다 하여 층층나무가 되기도 하였다. 층층나무가 있는가 하면 꽃이 층층이 핀다 하여 층꽃풀도 있다. 꽃대가 실타래처럼 꼬여있는 위에 꽃이 핀다하여 타래난초가 되었고, 잎이 톱날처럼 생겼다 하여 톱풀로 불리게 되기도 하였다. 또 삼지구엽초는 세 가지에 잎이 아홉장이라 하여 지어진 이름이다.

식물의 이름도 이처럼 그 식물의 성질을 잘 나타내고 있다.

이는 사람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한다. 사람도 본이름 말고 ‘곰’, ‘능구렁이’, ‘꾀보’, ‘다람쥐’와 같은 별명을 가지게 된다. 그 사람의 성격이나 행동에 따라 이러한 별명을 얻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별명 중에는 기분 좋은 것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것도 있다. 어떠한 별명을 얻게 될 것인가는 오로지 자기 자신에게 달려있다. 오늘 내가 어떠한 생각과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 나는 여러 가지 이름을 얻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바로 이 순간 우리가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실천하느냐에 따라 나의 미래가 결정되는 것과 똑 같은 이치이다. 누구에게나 자랑스러운 아름다운 이름을 얻기 위해 우리는 모두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출처 : 심후섭 아동문학연구회
글쓴이 : 심후섭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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