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 가는 한반도의 야생 포유동물
글: 농학박사 한상훈(국립공원관리공단 반달가슴곰관리팀 팀장)
호랑이나 곰이 대한민국을 상징하듯이 우리나라의 야생 포유동물상의 특징은 비교적 작은 국토면적에도 불구하고 중, 대형 포유동물종이 많이 서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중, 대형 포유동물은 생존하기 위하여 소형 포유동물에 비해 넓은 생활공간과 많은 먹이를 필요로 한다. 한반도보다 약1.2배의 넓은 면적을 가진 일본의 경우, 쥐나 두더지 및 뒤쥐 등과 같은 소형포유동물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또한 호랑이나 표범과 같은 맹수류는 화석 상으로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차이는 일본은 바다에 의하여 주위가 격리된 도서지역인데 비하여 우리나라는 북으로 드넓은 유라시아대륙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우리나라는 대륙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생존하고 있는 포유동물 역시 대륙성 특성을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과거 조선총독부시절에 제정된 천연기념물보호법과 조수보호법이 오늘날까지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으나, 종과 생존개체의 수는 오히려 제정 이후 점점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그 이유는 보호법만 시대에 따라 형식적으로 개정하고, 관리 당국이 그 보호대책을 성실히 수행하지 않는데 가장 큰 원인이 있다고 하겠다. 아울러 이러한 동물을 연구하는 학자 특히 현장경험이 풍부한 학자가 배출되지 못하는 열악한 학문 환경도 주요 요인이다. 생물은 스스로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여 생존하기 위하여 지금 이 순간에도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생물자원의 보전은 전문가의 부단한 연구와 헌신적인 노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1998년부터 환경부에서 사라져 가는 야생생물종들을 ‘멸종위기 야생 동, 식물 및 보호야생 동, 식물’로 지정하여 보전대책을 마련한다고 하여 5년이 경과하고 있으나 아직 그 변화는 피부에 와 닿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야생동물보호 민간단체 (사)야생동물보호협회의 협회소식지의 재발간을 기념하여 우리나라의 사라져 가는 야생포유동물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13종을 소개하고자 한다.
늑 대
식육목 개과에 속하는 늑대는 1980년대 이후 서식정보가 없는 대표적 포유동물이다. 조선총독부시절의 자료에 의하면, 그 당시 호랑이보다도 늑대에 의해 생명을 잃거나, 부상 및 가축피해사례가 서 너 배 이상 높다. 실제 자연상태에서 어린 호랑이의 사망의 대다수는 늑대에 의해 일어나는 사례가 빈번하다. 즉, 생태계내의 먹이사슬 속에 호랑이와 늑대는 서로 경쟁관계에 있다. 호랑이는 단독 생활하는데 비해 늑대는 가족단위의 혈연관계가 깊은 개체들끼리 무리를 지어 생활한다. 현재 사라진 이유는 명확하지 않으나, 60년대부터 전국적으로 시행된 살서제의 2차 피해로 중독되어 급격히 감소하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북한에서도 그 수는 감소하고 있으며, 국제적으로 보호동물로 지정 보호하고 있다.
여 우
늑대와 같이 개과에 속하는 여우는 늑대보다 인가주변에서 흔히 목격되던 포유동물이다. 흔히 공동묘지와 여우를 상관하여 연상하는데, 그 이유는 여우가 습성상 공동묘지와 같이 야산의 노출된 환경에서 놀기를 좋아하고 새끼를 양육하는 집도 무덤 밑에 만드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여우 또한 늑대와 같은 이유로 사라졌을 것이라 추정하고 있으나, 늑대보다 서식 정보는 많다. 현재 남한의 개체 수는 20여 개체미만으로 추정되며, 북한의 정확한 개체 수는 알 수는 없으나, 남한보다는 많은 수가 생존하고 있다고 한다. 유라시아대륙 전역에 걸쳐 널리 분포하고 있으며, 그 개체수도 많다.
표 범(극동표범, 아무르표범)
호랑이의 존재가 불확실한 남한에 있어 생태계의 먹이사슬 가운데 가장 최상위에 위치하는 포식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최근까지 우리나라에서 표범은 멸종되었다고 알려져 있었으나 필자가 1997년 남한의 경우 5-10마리 내외, 북한에는 10-20여 마리가 생존하고 있다고 국제회의에서 보고한 적이 있다. 현재 동북아시아 지역의 표범 아종 개체군은 국외적으로는 러시아 연해주의 북한과 인접한 지역에만 약 30여 개체 존재하고 있으며, 중국동북부일대에는 1996년 ~1997년 사이 2년 간의 조사에도 불구하고 생존흔적은 찾아볼 수가 없었으나, 2001년 재조사에서 서 너 마리의 생존흔적을 확인하였다고 전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극히 적은 개체 수의 생태적으로, 유전적으로 향후의 생존여부 가능성에 있어, 우리나라에 분포하고 있는 표범 개체군은 동북아시아일대에 분포하는 표범의 종 보전을 위하여서는 극히 중요한 개체군임에 틀림없다. 이전에는 우리나라전역에 표범이 상당수 서식하였으며, 조선시대 표범가죽 약 50여장으로 만든 실내 장식품이 한국동란이후 미군에 의해 몰래 반출되어 ‘타임지’의 표지사진을 장식한 적도 있다. 1960년대부터 국제적인 멸종위기동물이나, 1998년에 들어서서 국내에서 환경부에 의해 처음으로 멸종위기야생동물로 지정되었다.
스 라 스 니
꼬리가 매우 짧고, 크기는 고양이와 표범의 중간 크기이다. 북반구 온대기후 중, 북부지역에서 툰드라로 대표되는 아한대기후지대의 침엽수림을 중심으로 유라시아대륙의 동서에 걸쳐 연속적으로 분포하며, 스페인에는 매우 적은 수가 고립 분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함경북도와 자강도일대의 고산지대의 산림에만 적은 수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최근 남한지역에서 백두대간의 주요 산줄기에 위치하는 지역에서 목격과 포획 사례가 늘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멸종위기에 처해있는 포유동물로서 야생상태의 개체는 그 수가 대단히 적다. 대륙사슴, 사향노루, 노루, 멧돼지, 멧토끼 등과 멧닭, 들꿩, 어치 등을 주로 포식한다.
불 곰
지구 혹성의 육상생태계의 먹이사슬에서 호랑이와 더불어 최상위를 차지하는 불곰은 북반구에만 존재하며, 유라시아대륙과 미주대륙의 중위도 온대 기후대에서 아한대기후지대에 걸쳐 산림지역을 중심으로 넓게 분포하고 있다. 한반도에 있어서는 북한 북부 자강도와 함경북도 백두산일대에 소수가 극히 제한된 지역에 한하여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체구는 우리나라의 육상 포유동물 가운데 가장 크며, 드물게는 700kg에 달하는 거물도 발견된다고 한다. 식성은 잡식성이나 반달가슴곰에 비해 동물성을 즐겨하고, 성격도 반달가슴곰에 비해 위험하다. 북한에서는 자강도 룡림군 일대와 함경북도 연사군 관모봉일대의 불곰을 천연기념물로 지정 보호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웅담과 발바닥을 노린 전문 밀렵이 미주지역과 러시아 연해주 및 캄챠카일대에서 성행하여 국제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반 달 가 슴 곰
한민족의 모신적 존재인 반달가슴곰은 ‘웅담’으로 인해 국제적으로 그 수가 감소해가고 있다. 중앙아시아 파키스탄에서 러시아연해주, 일본본토에 이르기까지 널리 분포하였으나, 지역적으로 서식지 훼손 및 밀렵으로 인해 분단 고립이후 멸종해 가고 있다. 북한에는 많은 수가 생존하고 있으나, 남한지역에는 지리산국립공원일대와 강원도 북부산악지대 및 비무장부근에 소수가 간신히 살아 남고 있으나, 향후 20년 이내 멸종할 위험성이 대단히 높다. 가슴에 반달무늬형태의 은백색 털 모양을 기려 ‘반달가슴곰’이라 불린다. 수명은 야생 하에서 20년을 넘기는 개체가 드물다. 암수 단독생활하며, 교미시기는 5-7월로 교미 후 월동 전까지의 영양상태에 따라 1-2월에 새끼를 출산한다. 따라서 가을철의 먹이식물의 생산량이 반달가슴곰의 생존 및 증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남한에서는 천연기념물 및 멸종위기 야생동물로 지정 보호하고 있으나 밀렵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잘 (검은돈)
족제비과 담비속에 속하는 잘은 일찍부터 가장 최상급의 모피동물로 유명세를 타고 있어 지금도 중국 동북부일대와 러시아 연해주일대에서는 수난을 겪고 있다. 동북아시아 특산 종으로서 크기는 고양이보다 조금 크다. 나무위를 타고 다니며 청설모, 하늘다람쥐와 같은 소형포유동물, 들꿩과 같은 삼림성 조류 등의 동물성이외에도 나무열매 등 식물성도 먹는다. 우리나라의 북부 산악일대의 산림지대에서만 소수 분포하며, 북한에서 량강도 보천군, 삼지연군, 백암군일대를 천연기념물로 지정 보호하고 있으며, 보호결과 그 수가 늘고 있다고 전한다.
산 달 (누른돈)
1923년 충청남도 천안일대에서 두 마리가 채집되어 기록된 이후 아직까지 남한에서는 그 모습이 확인되지 않는 산달은 현재 일본의 특산포유동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 자연 분포하였는지, 그리고 왜 그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지, 혹은 잘못 알려져 있는지 등의 학술상의 연구도 이루어지지 않은 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북한 량강도 백암군 일대에서 산달이 서식하고 있다하여 천연기념물로 지정 보호하고 있으며, 그 지역주민들은 털 색이 누렇다하여 ‘금담비’라 부르고 있다. 하지만 잘(검은 돈)의 개체가운데 누런 털빛을 지닌 개체도 존재하고 때문에 남한에서 그 서식이 확인되지 않는 현 시점에 있어 이 문제는 통일 후에나 해결될 것이다. 남한에서 최초로 잡혔던 표본은 행방을 알 수 없고 조사중이다.
수 달
다른 포유동물에 비해 수계와 육지를 이용하는 수달은 전국의 산지 계곡, 하천, 호소, 저수지 일대와 인근 연안의 도서지방에 걸쳐 널리 분포하고 있다. 최근까지 그 생활습성이 은밀하여 잘 알려져 있지 않았으나, ‘96년 이후 방송언론을 통하여 국민들에게 그 모습을 자주 드러내고 있다. 서식하는 생활환경에 따라 먹이는 어류에서부터 소형포유류, 조류, 양서류, 파충류 및 곤충, 갑각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1년에 한 번 번식하며, 새끼의 수는 보통 2마리를 낳는다. 태어난 새끼는 그 해 또는 이듬해에 분가하며, 야생상태에서 10년을 넘기는 개체는 드물다. 새끼 때의 사망률이 높고, 수질오염도 수달의 감소에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밀렵도 대단히 큰 문제다. 남북한 함께 천연기념물로 지정 보호하고 있으며, 국제적으로 멸종된 지역이 많다.
큰 바다사자
태평양 북부 베-링 해협 주변 무인도서 및 알류산 열도부근에서 집단 번식하고 겨울에는 북위 40도 부근까지 남하하여 회유한다. 번식집단 구조는 암컷 수 십 마리에 수컷 한 마리가 중심이 된 번식 소집단이 서 너 개로 형성되어 있다. 암컷은 매년 정해진 번식지역을 찾아와 새끼를 출산한 후 수컷과 교미를 맺고 북태평양일대에 동서로 활동한 후 이듬해에 다시 섬에 찾아와 출산한다. 최근 모든 번식지역의 개체수가 급감하여 그 원인조사에 각 국이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드물게 동해에 출몰하나, 최근 알류산 번식지역에서 표식 방사한 어린 개체가 황해에서 중국 연구자에 의해 확인되어 보고되기도 하였다.
사 향 노 루
‘사향’으로 널리 알려진 사향노루는 살아 있는 화석동물로서 학술상으로도 대단히 진귀한 포유동물이다. 히말라야에서 러시아연해주일대에 분포하고 있는 동북아시아 특산 포유동물로서 우리나라에서는 백두대간에 위치하는 해발 1,000미터이상의 고산준령일대에 한하여 국지적으로 제한 분포한다. 조심성이 강하고, 자신의 존재를 나타내지 않기 위해 배설물을 감추는 습성이 있다. 깊은 산과 계곡의 바위가 많은 지역의 원시림 및 천연자연림 내에서만 활동하며, 바위의 이끼 등을 소량 채식하는 초식성 동물이다. 세계적으로 원래 그 생존수가 소수임에도 불구하고, 사향 때문에 밀렵에 의해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어 국제적인 보호동물로서 불법 거래를 각 국에서 감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남, 북한이 천연기념물로 지정 보호하고 있으며, 북한에서는 사육시설을 갖추고 사향성분을 조사 연구하고 있다.
(대륙) 사 슴
20세기 초 무렵에는 제주도를 포함한 전역에 대륙사슴이 자연적으로 분포하였다. 하지만 제주도에서는 1920년대 마지막 개체가 일본인의 손에 의해 포획되고, 남한에서는 조선총독부의 해수구제사업에 의해 멸종되어 자취를 감추었다. 북한에는 백두산인근 백암지역에 야생하의 붙잡은 개체들을 사육하여 수 천 마리의 목장으로 육성하고 있다고 한다. 때때로 표범이나 호랑이가 목장에 나타나 물어 가는 경우가 있으나, 증식은 순조롭다고 한다. 현재 남한에서 사육하는 대륙사슴은 전 개체가 일본이나 중국 등 외국에서 수입한 개체들로 한국산 개체는 남한에는 없다. 일명 ‘꽃사슴’ 또는 ‘매화사슴’이라고도 하며 옛적부터 선인들에 의하여 귀중한 약용동물로 다루어져 왔다.
산 양
계통상으로 가축인 염소의 선조 동물인 산양은 중국동북부와 러시아 연해주 및 우리나라에서만 분포하는 동북아시아 특산 포유동물이다. 해발 1,000m이상의 산악지역에서 포식동물이 접근하기 어려운 경사가 심한 바위절벽지대를 은신처로 삼고 생활한다. 19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경북 일월산일대까지 상당수의 산양이 서식하였으나 폭설후 민가에 먹이를 구하러 왔다가 포획된 수가 한해에 수 백 마리 이상이었다. 러시아 연해주일대에서는 해안에도 내려와 먹이를 구하기도 하며, 가족중심으로 무리를 이루어 많게는 20-30마리가 함께 생활한다. 현재 남한에서는 강원도 일대와 비무장주변에 분포하고 있으며, 북한에는 동해안의 고산지대와 함경남북도 산악지대에 걸쳐 서식하고 있다. 남북한 모두 산양을 천연기념물로 지정 보호하고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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