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과 26일 개척산행(말굽버섯, 차가)
길게 되면 삼 일을 예정으로 하고 떠났습니다만, 이틀로 마무리 짓고 돌아왔습니다.
어려운 산행이었고, 상황을 보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는데 그것이 쉽지가 않더군요.
상황은 이제 정말로 너무도 귀한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깊은 곳으로 가도 없네요.
첫날, 설악산으로 갔습니다.
그 동안 오르던 곳과는 다른 곳을 선택하여 올랐죠. 여건이 된다면 이틀을 있을 생각이었지만 별로 좋지가 않아 하루를 산행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였습니다.
하지만 산은 좋더군요. 늦은가을을 만끽할 수 있는 산행이었습니다.
사진기가 말썽을 부려 사진은 찍지를 못하였습니다.
작동이 제대로 되지를 않아 두 번이나 수리를 한 것인데, 그 또한 제대로 된 것이 아닌가 봅니다. 집에서 확인할 때는 완전하지는 않지만 사진을 찍는 데는 문제가 없을 줄 알았는데, 산에 가니 움직이지를 않습니다. 산행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인데 참으로 아쉽네요.
전날, 24일 늦게 구리에서 산과친구 님을 만나 출발하여 밤에 설악에 도착하였습니다.
가로에 불을 밝혀놓아 형형색색 고운 빛입니다.
이 사진이 사진기가 제대로 작동한 처음이자 마지막 사진입니다. ^^;
그나마 산과친구 님의 사진기로 몇 장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그것 또한 배터리와 저장용량이 부족한 탓으로 여러 장을 찍을 수는 없었지만요...
오르면서 만난 말굽버섯입니다.
그리고 오르며 약간의 참부채버섯을 보았습니다. 그건 사진이 없네요.
비를 맞아서 그런지 버섯이 거의 다 사그러졌습니다. 이젠 정말 식용버섯은 끝입니다.
지금 시기 이후에는 혹시나 아주 드문 팽나무버섯(재배하는 것의 이름은 팽이버섯이죠.)을 볼 수 있다면 다행입니다.
팽나무버섯은 겨울에도 돋아나기 때문입니다. 해서 미국에서는 팽나무버섯을 겨울버섯(WInter mushroom)이라고도 하죠.
그래도 정상에 올라서니 기분은 좋습니다. ^^
아주 시원한 경관이 저희 두 사람을 사로잡습니다. 이런 기분에 오르는 것이겠죠.
정상 부근에서는 솔개가 위용을 자랑하며 고공을 탐색하고 있더군요. 바위산과 아주 잘 어우러지는 모습이었습니다.
능선을 따라 약간을 이동하고는 하산하였습니다.
하산하다 만난 차가입니다.
산과친구 님이 조그만 차가를 보고, 저는 그것을 지켜보다가 아래쪽 나무를 유심히 보니 또 하나의 차가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나무가 약간 기울어져 있기에 크게 어렵지는 않게 기어올라 칼을 꽂았습니다. 차가를 따는 재미도 꽤나 쏠쏠합니다. ^^
하지만 그리 쉽게 만날 수 있는 건 아니죠. 그나마 운이 좋아서 만난 것입니다.
그리고 분비상황 조그만 것 서너 개...
하산하니 6시입니다. 아침 6시에 올랐으니 12시간 산행이었네요.
체력이 그런대로 괜찮다고 생각하는 나나, 산과친구 님이나 체력이 상당히 고갈되어버렸습니다.
산행시간이 긴 때문이기도 하지만, 산이 꽤나 험해서 오르고 내리는 데 아주 힘이 들었죠.
그리고 저녁엔 남쪽으로 차를 몰았습니다. 강원 남부지역으로 개척산행을 떠났습니다.
그 곳에 도착하여 밥을 먹고는 고갈된 체력을 보충하기 위해 또 닭튀김을 사 산과친구 님이 가져온 오갈피열매술에 곁들여 먹었죠.
오갈피술은 원래는 개인적으로 약간 독한 느낌을 받는데, 이번에 맛을 보니 나름대로의 향이 배어있어 마시기에 그리 어렵지 않더군요.
1년가량 숙성된 술인데, 아마 산과친구 님의 정성이 곁들여져서 더욱 맛이 좋았나 봅니다.
문헌에도 소개되지만, 산과친구 님과 가족분들의 경험에 의하면 오갈피열매술은 허리가 아프신 분들이 마시면 특히나 효능을 느끼실 수 있다고 합니다.
하루 두세 잔 마시면 허리 아픈 게 삼사 일만에 씻을 듯이 낫는다고 하네요.
허리가 안좋으신 분들에게 권해드리는 방법입니다.
26일, 어제 산행지에서는 버섯류를 보기가 어렵더군요.
어느 정도 기대를 하고 간 것인데, 사실 약간의 실망을 하였습니다.
오로지 산과친구 님이 발견한 쓰러진 황철나무에서 아주 조금의 황철상황을 채취할 수가 있었습니다.
그것도 대부분 상황이 썩어 있어 상태가 좋은 것은 아주 조금이었네요. 갓이 아주 큰 것도 몇 개 붙어있었는데, 썩지만 않았다면 매우 좋은 것이었을 텐데 아쉬웠습니다.
산과친구 님이 1㎏가량을 채취하고, 저는 두 동강난 다른 조각에서 배착형으로 붙어있던 것을 한 근 정도 취하였습니다.
산 위를 바라보니, 더 올라가 정상 부근으로 가게 되면 약간의 상황을 기대할 수는 있었지만, 전날 영향으로 체력도 떨어져 있는데다가 정상을 목표로 하지 않아서 그 시각에 더 올라가자니 시간이 되지를 않더군요. 그래서 등산로가 있는 곳을 찾아 빨리 하산하였답니다.
이날은 이슬비와 보슬비를 계속 맞으며 산행을 하였습니다. 다 내려오니 비는 멎더군요.
동행하여주신 산과친구 님, 언제나 즐겁게 산행할 수 있게하여 주어서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가을, 거의 마지막의 가을산행 한 편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