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과 곤충 등

장수말벌

Illinois 2006. 1. 2. 09:54

친근하게 영양교환을 하는 두 장수말벌

 

최근 장수말벌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몇몇 곤충도감이나 서적 또는 인터넷상의 정보 중에 장수말벌에 대한  잦은 오류가 발견되기도 하고 제대로 이들의 생태를 자세하게 서술하는 서적이나 사이트는 전무합니다. 장수말벌과 비슷한 외모를 가지고 있는 꼬마장수말벌이나 좀말벌의 사진을 장수말벌로 잘못 표기하는 것은 그나마 애교로 봐줄만 합니다. 전혀 다른 생김새를 가지고 있는 털보말벌이나 황말벌을 장수말벌로 표기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단독생활을 하는 사냥말벌류 등을 오역(잘못된 번역) 해서 장수말벌로 표기하는 해괴한 경우까지 있습니다. 장수말벌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범람하는 것을 막고 제대로 된 생태정보를 제공하여 벌에 관심이 많은 일반인들이나 학생들이 장수말벌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접하게 하고자 이 글을 씁니다. 분량이 많은 관계로 상편과 하편으로 나누어 지오니 착오없으시기 바랍니다.

 

 

 

기초정보

 

둥지에서 휴식을 취하는 장수말벌

 

종: 장수말벌 Vespa Mandarina

속: 말벌속 Vespa

과: 말벌과 Vespidae

목: 벌목 Hymenoptera

학명: Vespa Mandarina Smith, 1852

명명자: Frederick Smith (1805-1879) 영국인 곤충학자

 

크기: 여왕 37~48mm  숫펄 37~44mm 일벌 25~37mm(초 여름 영양부족으로 발육이 부진한 상태로 우화한 일벌들은 25mm미만의 작은 미니장수말벌의 형태로 발견되곤 합니다)

 

여왕벌                일벌                   숫펄

 

 

서식지 분포: 한국, 중국, 일본, 인도 등지

 

특징: 사회성 말벌종중 가장 크기가 크고 독성이 강하며 공격성도 단연 최고입니다. 다른 말벌들의 둥지는 근처 2~3미터 근방을 방어하지만 장수말벌은 넓게는 둥지 근방 10미터 이내(주위가 넓게 트인 경우)까지 자신들의 방어영역으로 삼고 강하게 방어합니다.

둥지는 땅벌처럼 주로 땅을 파고 짓기 때문에 땅벌로 불리거나 하는 오해를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밤나무나 참나무 수액을 아주 좋아하며 다른 말벌과 달리 수액원을 둥지를 지키듯 방어하는 독특한 특징이 있고 말벌중 유일하게 다른벌집을 집단공격 하는 유일한 종 입니다.

여름에는 주로 나방, 나방애벌레, 풍뎅이 애벌레, 메뚜기, 여치, 매미, 사마귀, 꿀벌, 각종 야생벌들을 사냥하다가 가을에 대형 여왕벌 후보 애벌레를 기르면서 심한 먹이 부족에 시달리면서 대량의 먹이가 필요할때 다른벌집을 집단공격 하는 습성이 있습니다.

 

 

 

생태(여왕의 봄날)

지난해 교미에 성공한 여왕벌들은 기난긴 동면을 마치고 따뜻한 봄날 깨어나서 꽃꿀을 빨거나 나무수액을 먹으며 체력을 보충합니다.

꽃꿀로 체력을 보충하는 여왕벌

 

장수말벌 여왕은 장수말벌 일벌에 비해 매우 온순합니다. 유전자적으로 종을 번식시켜야할 의무가 있는 여왕벌이기 때문에 굳이 둥지 방어를 위해 몸을 희생하며 나가 싸우는 일벌처럼 사나워야할 필요가 없기때문입니다. 봄날이나 초여름에 덩지가 매우 큰 장수말벌이 날라다니면 모두 둥지를 짓기 위해 날라다니는 여왕벌입니다.

 나무수액으로 체력을 보충하는 여왕벌

 나무수액등으로 체력을 보충한 여왕벌은 집터선정을 위해 지표면에 가깝게 낳게 비행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장수말벌은 주로 땅속에 집을 짓기 때문에 늦은봄 낙엽속이나 수풀속 깊숙이 들어가보는 행동을 하는 덩지가 매우 큰 장수말벌을 보면 집터선정을 위해 정찰하는 여왕벌이 틀림없습니다. 장수말벌의 집터선정은 타종의 말벌들보다 매우 까다롭습니다. 인가의 처마밑에 자주집을 짓는 털보말벌(Vespa Simillima)이나 말벌(Vespa Crabro)과 달리 사람의 움직임에 민감한 장수말벌 여왕은 인기척이 있는 장소에 집을 만드는것을 꺼립니다.

 

 

 생태(둥지만들기) 

적당한 둥지터를 찾아낸 여왕벌은 필요하면 개미처럼 땅을 파고 들어갑니다. 어떤 경우에는 지표면에서 아주 가까운 바위옆이나 쓰러진 목재옆 또는 고목의 빈공간등에 바로 집을 짓는 경우도 있고 드물게 버려진 새집을 활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땅을 파며 흙덩이를 물어 나르는 장수말벌 

 

여왕벌은 주로 썩은나무나 쓰러진 목재의 외피를 턱을 긁어서 가루로 모은다음 타액과 잘 섞은후 잘 반죽해서 종이펄프 덩어리를 만듭니다. 사용되는 목재의 종류에 따라 여러가지 색깔의 펄프가 만들어집니다. 말벌둥지가 다양한 색깔의 띄를 두르고 있다면 둥지건설을 위해 여러종류의 목재를 사용해서 입니다.

펄프를 덧붙히는 장수말벌

 

장수말벌 여왕은 이 펄프 덩어리를 집터로 삼은 장소로 운반해서 붙히고 또 덧붙혀서 집을 만들어 차근차근 만들어 나갑니다. 먼저 최초의 기둥이 만들어지고 기둥바로 아래 최초의 육아방1호가 건설됩니다. 추가의 육아방들이 육아방1호 옆에 만들어지면서 꼭대기층이 형성됩니다. 꼭대기층은 천장과 중간은 둥굴게 우산을 씌우듯 외피로 감싸버립니다.

 

외벽을 건설중인 장수말벌

 

 

좀말벌(Vespa Analis)의 초기둥지(말벌집 초기형태로 참고) 

장수말벌의 초기둥지

(둥지 초기 일벌들은 발육부진으로 크기가 매우 작음)

 

장수말벌의 둥지는 둥지가 완성되는 단계에 하부를 완전하게 감싸서 막아버리는 좀말벌이나 털보말벌의 둥근 구형 둥지와는 다르게 둥지가 오래되도 집의 하부가 개방이 되어있어 흡사 종같은 형태를 띄고 있습니다. 그리고 외피도 여러겹을 싸서 두껍게 만드는 좀말벌이나 털보말벌과는 달리 장수말벌은 보통 한겹이나 두겹정도로 얇은 외피로 집을 감쌉니다. 일단 땅속에 집을 지으니 개방된 장소보다 극심한 온도의 변화에 덜 노출되어서 외피를 두껍게 할 필요가 없고  빈공간을 활용하여 확장만 해도 되는 다른말벌 여왕에 비해 둥지건설 공간확보를 위해 땅까지 파야 하는 장수말벌의 여왕이 외피건설에 주력하는것은 효율적인 노동력 배분이라고 보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런 불리함을 만회하고자 장수말벌은 또 다른말벌들의 초기둥지보다 최초로 만드는 꼭대기층에 더 많은 육아방을 건설합니다. 땅파는데 시간을 뺏기는 대신 다른 말벌여왕들보다 육아방을 대량건설해서 초기 일벌들의 보유숫자에서 크게 밀리지 않으려는 의도가 엿보입니다.  보통 꼭대기층에 평균 15~20개정도의 육아방을 만드는 다른말벌여왕에 비해 장수말벌은 많게는 30개 이상의 육아방을 꼭대기층에 만듭니다.

땅속에 건설한 장수말벌집

 

 

 생태(육아)

육아방을 만든 여왕벌은 산란을 시작합니다. 산란은 육아방1호를 기준으로 점점 가장자리방으로 진행되며 한방에 하나씩만 낫습니다. 방을 미리 다 만들어놓고 산란하는것이 아니라 추가로 방을 하나씩 만들때마다 알을 낫습니다.

산란하는 여왕벌

육아방안에 산란되어 붙어 있는 장수말벌의 알들

 

다른 말벌의 알처럼 장수말벌의 알도 산란당시 점성이 강한 분비물로 쌓여있어서 분비물이 마르면서 거꾸로 단단히 고정이 됩니다. 이 분비물이 마른상태에서 알을 꺼냈다가 다시 육아방에 붙히려고 하면 잘 붙질 않습니다. 

육아방에 단단히 붙어있는 알 

 

알에서 작은 애벌레가 부화하면 어미벌은 입에서 분비물을 토해내서 애벌레를 키웁니다. 초기의 애벌레는 이렇게 어미벌의 분비물을 먹으며 성장하다가 어느정도 사이즈가 되면 성충벌처럼 턱이 발달하게 됩니다. 이때부터 애벌레는 고깃덩어리를 섭취할수 있게되며 배가 고프면 턱으로 육아방을 긁어서 소리로 신호를 보냅니다. 애벌레들이 육아방을 "사각사각" 하며 긁는 소리는 성충벌의 먹이수집본능을 자극합니다. 애벌레들의 소리에 자극을 받은 성충벌들은 사냥감을 찾아 집밖으로 떠납니다.

 갑충을 사냥한 장수말벌

 

사냥감을 잡은 장수말벌은 고깃덩어리를 타액과 섞어 잘게 씹은후 고기경단처럼 둥글게 만들어서 집으로 운반해옵니다. 이 고기경단을 적당히 애벌레들에게 떼어주는데 고기경단의 사이즈가 큰경우 7~8마리의 애벌레가 고기를 받아먹습니다.

고깃덩이를 식사중인 애벌레들

 

고깃덩어리로 배를 채운 애벌레들은 늘 배속에 영양분이 가득찬 액체를 담아둡니다. 이런 애벌레의 액체는 성충벌들의 식량으로 사용이 되는데 성충벌이 배가 고프면 배부른 애벌레의 배를 더듬이로 두드립니다. 마치 개미가 진딧물의 배를 두드려 단물을 받아먹듯 장수말벌은 애벌레의 배를 더듬이로 두드려 애벌레가 가지고 있는 액체를 토하게 해서 받아먹습니다.

 

애벌레로부터 분비물을 받아먹는 장수말벌

 

이 액체는 말벌주스로 불리우기도 하며 말벌이 비행시 지구력을 좋게 해준다는 주장이 있어 연구중에 있습니다. 성충벌이 고기로 애벌레에게 영양을 공급하면 애벌레는 액체분비물로 성충벌에 보답하는 이 영양교환은 다른 사회성 말벌들에게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입니다. 하지만 늦은봄이나 초여름 사냥감이 부족하거나 장마시 사냥을 못 나갈때가 잦으면 애벌레들은 배를 주리게 되고 성충벌의 더듬이 자극에도 그다지 액체를 분비하질 않습니다. 이때 성충벌은 턱으로 애벌레의 배를 물어 거의 강제로 분비물을 토하게 만드는데 이는 영양교환이 아니라 영양탈취에 가깝습니다. 초기 말벌둥지에서는 이런 영양탈취가 자주 일어나서 애벌레들의 발육부진으로 우화한 일벌들이 크기가 매우 작은 경향이 있습니다만 가을에 사냥감이 풍부해지고 나무수액으로 영양분을 대신 섭취하는 벌들이 늘어나면서 영양탈취는 줄어들고 일벌들의 발육도 좋아서 일벌의 사이즈가 점점 대형화합니다.

 

 

 

 생태(사냥)

 

장수말벌의 식단에 오르는 곤충들의 종류는 다양합니다.  장수말벌은 곤충계의 호랑이라불릴정도로 곤충계 먹이사슬에 정점에 위치합니다. 장수말벌은 다른중소형 말벌들처럼 비행사냥으로 날벌레(매미, 나비,나방,꿀벌,쌍살벌, 다른소형말벌)들을 공중에서 낚아채서 잡기도 하고 풀잎을 뒤져서 송충이 같은 나방이나 나비 애벌레를 잡기도 하며 낙엽이나 부엽토를 뒤져서 갑충의 애벌레를 잡기도 합니다. 꼭 사냥한 고기만을 먹는것은 아니며 이미 죽어 땅에 떨어진 곤충고기도 마다하지 않고 집으로 나르는 청소부 역활도 합니다. 

비행중인 장수말벌의 레이다망에 포착된 꿀벌

매미를 사냥한 장수말벌

사냥감이 대형일경우 침을 사용하여 무력화 시킴

 

가을이 다가오면서 장수말벌 일벌들은 점점 대형화하고 사나워집니다. 이때 이들의 사냥감 리스트에 슬슬 대형곤충들이 추가되는데 이중에는 강력한 압발로 무장한 포식자 사마귀도 포함 됩니다. 사마귀는 좀말벌 같은 중소형 말벌들을 사냥해서 잡아먹을수 있을정도로 강력하지만 장수말벌에게는 사냥감일 뿐 입니다.

좀말벌(Vespa Analis)을 사냥해서 포식중인 왕사마귀 

 

좀말벌은 형태가 장수말벌을 흡사 축소시켜 놓은것처럼 비슷해서 자주 장수말벌로 혼동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사마귀가 좀말벌을 포식하는 장면을 보고 장수말벌이 사마귀에게 먹히는줄 착각하시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오류입니다. 장수말벌과 비슷하게 생겨 종종 장수말벌로 오해를 받는 말벌종에는 좀말벌과 꼬마장수말벌 2종이 있습니다.

장수말벌의 축소판인 좀말벌(Vespa Analis)

 

장수말벌(다른 말벌종보다 뺨과 이마가 발달함)

 

배의 색상이 장수말벌과 다른 꼬마장수말벌( Vespa ducalis)

 

생김새와 색상이 매우 흡사한 장수말벌과 좀말벌을 구별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일단 크기가 장수말벌이 좀더 크지만 사진으로 사이즈 구별이 힘들때는 뺨과 이마의 너비로 구분합니다. 좀말벌의 겹눈 옆에 발달한 뺨의 두께와 눈의 너비는 장수말벌의 넓은 이마와 뺨과 비교할때 비율상 절반정도 밖에 안됩니다. 꼬마장수말벌과의 비교는 더 쉬워서 배의 색상만 봐도 금방 알수 있습니다. 꼬마장수의 배 끝마디는 매우 검고 배의 앞부분은 적갈색을 띕니다.

왕사마귀의 가슴을 두동강낸 장수말벌

 사마귀 암컷의 온몸을 부둥켜 안고 앞발을 물고 덤비는 장수말벌

사냥한 사마귀의 앞발을 독기서린 모습으로 물고있는 장수말벌

가을에 산란도 못해보고 죽음을 맞이한 왕사마귀 암컷

 

사마귀가 장수말벌에게 어이없이 무너지는 원인은 장수말벌의 단단한 갑옷과 강력한 턱 그리고 장수말벌의 공격성에 있습니다. 또한  이 곤충계의 두 포식자의 대결에 있어 먼저 공격하는쪽이 유리합니다만 자연상태에서 선제공격은 장수말벌이 거의 먼저 공격합니다. 또한 사마귀의 앞발은 장수말벌의 저항을 완전히 누그러 뜨리기엔 역부족이고 앞발에 걸린 장수말벌이 심지어는 역으로 왕사마귀의 앞발을 물어뜯어서 왕사마귀에 역공을 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마귀의 턱은 장수말벌의 머리를 씹기에는 장수말벌의 머리가 너무 단단하지만 장수말벌이 턱으로 한번 물면 왕사마귀의 머리는 쉽게 부서집니다.

 

 

생태(꽃꿀과 나무수액)

장수말벌의 식단에 곤충고기만 있는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액체형태의 먹이만을 섭취할수있는 장수말벌 성충벌들은 애벌레가 제공하는 분비물외에도 꽃꿀과 나무수액을 마시며 행동에 필요로 하는 에너지를 얻습니다.

꽃꿀을 마시며 꽃가루 범벅이 된 장수말벌

장수말벌도 꽃꿀을 마시며 꽃가루를 몸에 묻혀  꽃들의 수정에 도움을 줍니다. 장수말벌이 방문하는 꽃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며 전문적으로 꽃꿀을 모으는 꿀벌이나 호박벌종류만큼은 아니지만 다양한 야생화들의 수정에 도움을 주는것이 사실입니다.

덩쿨식물의 꽃꿀을 섭취하는 장수말벌

 

장수말벌이 제일 좋아하는 먹이는 뭐니뭐니해도 나무수액입니다. 특히 밤나무나 참나무 그리고 상수리나무에 갑충 애벌레가 뚫고 나와 상처가 난 자리에서 나오는 수액을 아주 좋아하며 약간 발효되서 시큼한 맛을 낼때 제일 좋아합니다.

나무수액을 맛있게 핧아먹는 장수말벌

 

나무수액은 장수말벌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집니다. 장수말벌의 나무수액원에 대한 집착은 다른말벌과 비교가 안됩니다. 장수말벌은 수액원을 둥지를 방어하듯 강하게 방어하는 독특한 습성이 있습니다. 확보된 나무수액원중 여러마리의 장수말벌들을 먹일수 있는 큰 수액원은 여러마리가 모여서 집단으로 지키면서 수상한 물체가 접근하면 즉시 공격합니다.

큰 수액원을 차지한 한무리의 장수말벌들

성난 장수말벌들이 수액원에 접근한 방해자를 공격키 위해 비상

 

보통 나무 수액원에서 수액을 마시는 서열에는 사슴벌레나 장수풍뎅이같은 대형갑충이 정점에 있고 이를 다른 곤충들이 존중해주는 분위기 입니다만 이런 암묵적인 서열관계를 무시하고 사슴벌레나 장수풍뎅이에 겁없이 도전하는 유일한 무법자가 바로 장수말벌입니다. 

장수말벌의 극성에 잠시 양보를 하고 있는 장수풍뎅이

 

장수말벌은 수액을 차지하기 위해 서열따위는 무시하고  모든 곤충들을 상대로 극성스런 공격을 가합니다. 보통 대형갑충들도 이런 장수말벌들의 극성에 마지못해 수액원을 양보하기도 하지만 장수말벌의 횡포에 참지 못하고 정면도전 하는 곤충들은 사슴벌레건 장수풍뎅이건 상대가 죽을때까지 장수말벌과 끝장을 봐야합니다. 보통 장수풍뎅이는 장수말벌의 공격에 일방적으로 당하지만 사슴벌레는 큰턱으로 장수말벌을 물어 죽이기도 하는데 사슴벌레들도 종종 죽음을 당할정도로 수액을 놓고 벌이는 이들의 싸움은 치열합니다.

자신의 차례를 차분히 기다리는 꽃무지 

장수말벌(우측하단)이 떠나기만을 기다리며

기회를 엿보는 꼬마장수말벌(좌측상단)

 

다른 말벌들은 이런 장수말벌의 공격성을 잘알고 있기 때문에 장수말벌이 수액을 마실때 도전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미 수액을 차지한 상태라도 장수말벌이 접근해오면 수액을 포기합니다.

먼저 수액을 차지한 검정말벌(Vespa dybowskii)을 몰아내는 장수말벌

수액을 놓고 싸움이 붙은 출신둥지가 다른 두 장수말벌

다른말벌들은 장수말벌의 공격성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에 수액을 놓고 정면대결을 피합니다만 같은 장수말벌들끼리는 피를 부르는 싸움이 벌어집니다. 나무수액원을 사이에 두고 두개의 장수말벌 둥지가 가까이 있으면 각각의 둥지로부터 날라온 일벌들끼리 치열한 전투를 벌이는데 세력이 비슷하면 심한 경우 나무 아래 날개가 잘리거나 다리가 잘린 병신 장수말벌들과 죽은 장수말벌들의 시체로 가득차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쪽이 희생되야 끝이나는 장수말벌끼리의 대결

장수말벌은 한번 싸움이 붙으면 끝장을 보는 그 독한 성격으로 같은종과 대결시에도 한쪽이 죽기전까진 싸움을 멈추는 법이 없습니다.

 

말벌의 영양섭취 방법.

 

말벌은 잘 알고 계시는데로 육식성 입니다. 하지만 말벌에대해 잘모르고 계신분들이 흔히들 범하기쉬운 오류는 사마귀나 잠자리같이 말벌 성충벌들이 고깃덩어리를 섭취한다고 믿는것입니다. 

 

말벌들은 고깃덩어리같은 고체먹이를 섭취할 입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고 액체형 먹이만을 섭취합니다. 고기덩어리는 애벌레에게 주기위해 집으로 운반할뿐입니다. 성충말벌들이 필요로하는 영양분은 활동 에너지를 주는 탄수화물입니다. 그 이유는 성충이된 말벌들은 이미 고치에서 우화한 완전형태로 더 이상 성장할 필요가 없어서 대량의 단백질이 필요치 않기때문입니다. 애벌레들은 반대로 성장해서 신체의 크기를 불려나가야 하기때문에 대량의 단백질을 필요로 합니다.

 

아래는 이해하기 쉽게 그림으로 설명이 된 부분입니다.

 

말벌들 성충벌은 다른 작은 곤충들을 사냥합니다.

 

그들은 사냥한 고깃덩어리들을 잘게 씹어서 경단처럼 만든다음 집으로 가지고와서 애벌레에게 먹입니다. 애벌레는 고깃덩어리를 먹고 단백질원을 보충합니다.

 

 

 

고깃덩어리로 배를 불린 애벌레들은 양질의 탄수화물로 가득찬 특유의 액체를 몸속 가득히 담아둡니다.  성충벌은 애벌레를 자극해서 그 액체를 토하게 합니다. 그리고 그 액체를 마셔서 필요로 하는 탄수화물을 공급받게됩니다. 즉 성충벌이 소화하지 못한 고깃덩어리를 애벌레가 대신먹어주고 소화해준것입니다.

 

성충벌들이 필요로하는 탄수화물을 자신의 둥지내 애벌레로부터만 100% 충당한다면 애벌레들은 모두 영양결핍에 빠지고 발육부진이 될것입니다. 이를 방지키 위해 말벌 성충들은 나무수액이나 꽃꿀등으로 부족한 탄수화물을 섭취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말벌들은 행동에 필요한 탄수화물 에너지를 여분으로 공급받고 애벌레들은 탄수화물을 지나치게 빼앗기지 않아 둥지내 개체증가에 도움이되는것입니다.

 

봄철에 둥지내 이렇게 이용할 애벌레가 없어서 이런방식의 영양교환이 힘든 초기의 여왕벌들은 사냥한 고깃덩어리를 씹으면서 육즙을 단백질원으로 섭취합니다.

 

 

 

생태(둥지확장)

외역을 위해 둥지를 떠나는 장수말벌 일벌

 

여름내 열심히 사냥하고 땅을 파고 집을 지은 장수말벌집들은 점점 거대화합니다. 보통 말벌집의 크기와 말벌들의 세력의 크기는 그해 여름 얼마나 비가 왔는지 안왔는지가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을 합니다.

 

비가 많이 오면 일벌들이 외부로 나가 사냥할수 있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그만큼 집의 건설 속도도 늦어지기 때문에 가을이 되도 그다지 큰 둥지로 확장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장마때 홍수로 저지대에 건설한 장수말벌집들이 희생당하는 경우도 빈번합니다.

 

하지만 여름내 비가 적게 오고 가물면 많은 말벌둥지가 살아남고 말벌둥지의 크기도 또한 매우 대형화 합니다. 매년 여름 비가 많이 오는지 적게 오는지 확인해 보시면 가을에 산이나 들에서 말벌들이 얼마나 많아질지 어느정도 예상이 가능합니다.

 

열심히 땅을 파며 둥지를 확장하는 일벌들

 

장수말벌은 땅벌처럼 땅을 파서 둥지를 확장합니다. 둥지 맨 하단에 땅파는 역할을 담당하는 일벌들이 열심히 턱으로 흙을 긁어내고 그것을 앞발로 모아 동그랗게 만든후 침을 약간 섞어 흙이 약간의 점성을 가지게 한후 이것을 물고 둥지위로 올라갑니다.

 

보통 땅벌들도 같은 방법으로 흙덩이를 물고 나오는데 땅벌들은 흙덩이를 가능한 날라서 멀리 버리는 반면에 장수말벌은 개미처럼 둥지 입구 주위에 흙덩이들을 쌓아놓습니다. 

흙덩이를 둥지 밖으로 나르는 점박이땅벌(Vespula vulgaris)

 

둥지를 확장중인 땅벌(Vespula flaviceps)

 

보통 땅벌들이 흙덩이를 멀리 내다버리는것은 둥지의 위치파악을 힘들게 하여 포식자들로 부터 자신들 둥지의 위치를 최대한 숨기려는 의도가 있습니다. 하지만 오소리 외에 별다른 천적이 없는 장수말벌은 그다지 흙덩이를 멀리 버리려고 하질 않습니다. 

 

산중에 길을 가다가 지하에서 나온것으로 추정되는 지표면의 흙색과 색깔이 약간 다르고 입자가 굵은 흙덩이들이 흩뿌려져 있는것을 발견하시면 주위에 장수말벌집이 있을 확률이 있습니다. 

 

낙엽위에 장수말벌이 잔뜩 쌓아놓은 입자가 굵은 흙덩이들

 

둥지확장의 공간을 확보하면 둥지를 확장하는데 장수말벌은 주로 기둥을 만들고 층을 여러개 만들어서 종적 확장을 꾀하는 다른 말벌들에 비해 기존의 층에 계속 방을 추가하는 경향이 심해서 횡적 확장의 경향이 심합니다.

 

어떤 경우는 맨 꼭대기층만 성인의 상체만한 크기로 발견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집의 최종 형태도 완벽한 구형이 아니고 들쭉날쭉 제멋대로인 경우가 많은데 이는 땅속에 바위등 각종 방해물 때문에 확장의 방향성에 영향을 받아서 그렇습니다. 방해물에 영향을 받지 않는 공간에서 둥지를 짓는경우 하부가 개방된 멋진 종 형태(Bell-shaped)의 둥지를 짓곤 합니다.

육아방을 증축중인 장수말벌 일벌

 

좀말벌 둥지의 애벌레와 번데기들(번데기 변화과정 참조)

 

다 성장한 애벌레는 고치를 틀고 번데기로 변화하며 보름정도(기간은 둥지내 온도변화에 영향을 받음) 있다가 성충벌로 변태하여 고치를 턱으로 뜯고 나옵니다. 갓 고치를 튼 애벌레는 서서히 애벌레 형태에서 성충벌의 번데기 형태로 모습을 변태시켜 나아가며 완성이 되면 새하얀 성충벌형태의 번데기로 완성이 됩니다.

 

보통 새로 태어난 말벌들은 휴식을 취하기 위해 빈 육아방으로 거꾸로 들어가 발만 내놓고 쉬는 경향이 있는데(이때 마치 경련이 인듯 뒷발을 까딱 까딱 거립니다.) 이는 벌 자신의 휴식뿐만 아니라 성충벌의 대사로 인해 발생되는 열에너지를 근처의 우화중인 번데기나 성장중인 애벌레에게 전달해서 성장과 우화를 촉진하는 역할도 합니다. 그러므로 둥지의 규모가 크고 세력이 막강한 장수말벌집일수록 새로 태어나는 일벌의 숫자의 속도가 빨라지게 됩니다. 

새로 늘어나는 장수말벌 식구들

(우측 상단에 육아방속으로 머리를 쳐박고 들어가서 쉬고 있는 갓 태어난 일벌)

 

보통 육아방들의 재활용빈도는 4~5회정도입니다. 제일 처음 육아방을 사용하는 애벌레는 먹이를 받아먹고 배설한 배설물을 육아방에 남기게 되며 자신이 우화하고 방을 나가면 여왕벌이 그방에 다시 알을 낳아서 재활용하게 되는데 이 사이클이 계속되면 해당방의 배설물이 쌓이고 쌓이게 됩니다. 그러면 해당방의 배설물의 양이 너무 많아져서 육아방의 깊이가 얕아지고 육아로 사용하기에는 부적합하게 됩니다 그리고 여왕벌은 더 이상 그런방에 산란을 하질 않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꼭대기층부터 점점 비어가게 되며 아랫층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높아져 갑니다. 혹시 말벌집을 열어보실 기회가 있으면 육아방 마다 까만색으로 차있는것이 있는데 그것이 애벌레들의 배설물입니다.

 

 

생태(식량부족과 먹이터 표식 호르몬)

 

가을이 다가오면 장수말벌들은 3층이나 4층부터 여왕벌 애벌레를 기를 육아방을 건설합니다. 이 육아방들의 크기는 균일하게 일벌방보다 크게 지어지고 이방안에서 길러지는 애벌레들은 일벌방의 애벌레들보다 먹이공급에 대한 우선권을 가지게 됩니다.

 

여왕벌 애벌레들의 식사량과 식탐은 일벌들이 흔히 공급해오던 곤충고기의 양으론 충족시키기 힘듭니다. 장수말벌일벌이 외역을 나가서 꿀벌같은 소형곤충 10마리를 잡기 위해 소모하는 에너지와 시간을 비교하면 왕사마귀나 방아깨비 같은 대형곤충 1마리를 사냥하는것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수많은 여왕벌 애벌레들의 배를 채워줄 이런 대형곤충류는 매우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호랑거미를 사냥한 장수말벌

 

왕사마귀를 사냥하는 검정말벌(Vespa dybowskii) 

(말벌들은 가을에 여왕벌 애벌레를 먹여살리기 위해 대형곤충사냥을 선호)

 

방아깨비를 사냥하는 털보말벌(Vespa simillima) 

 

일벌들이 공급하는 먹이량에 만족치 못한 여왕벌 애벌레들은 계속 거칠게 육아방을 긁어대고 이러한 자극의 지속은 스트레스를 받는 일벌들의 먹이터 표식 페로몬샘 발달에 도움을 줍니다. 이렇게 먹이터 표식 페로몬으로 무장한 장수말벌 일벌들은 평상시의 일반사냥때와는 다른 행동을 취합니다.

 

장수말벌의 일반사냥시에는 사냥한 곤충의 가슴부위를 제외한 머리와 배를 떼어내고 고기를 취해서 둥지로 날라가는것이 전부입니다. 하지만 먹이터 표식 페로몬으로 무장한 일벌의 행동은 각각의 곤충개체를 찾는것이 아니라 다른 야생벌의 둥지를 찾아다니게 됩니다.

 

말벌들이 자신들보다 약한 쌍살벌집을 공격해서 쌍살벌집의 애벌레와 번데기를 취하는 행동은 아주 오래전부터 행해져 오던 행동양식입니다. 특히 쌍살벌집털이 전문가가 있는데 이는 바로 꼬마장수말벌입니다.

어리별쌍살벌의 초기둥지를 급습한 꼬마장수말벌

 

왕바다리 둥지에서 번데기를 탈취하는 꼬마장수말벌

 

물론 장수말벌도 다른 말벌들 처럼 쌍살벌집을 급습해서 애벌레와 번데기를 취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쌍살벌집에서 약탈하는 애벌레와 번데기의 수로는 장수말벌들이 필요로 하는 단백질량을 채워주기엔 턱없이 부족합니다.

 

장수말벌은 보다 많은 단백질원을 공급할 대형둥지를 필요로 합니다. 이는 그들이 땅벌이나 꿀벌의 둥지뿐만 아니라 다른 말벌의 둥지까지 넘보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땅벌집을 발견한 장수말벌

 

땅벌집 입구에 운집하여 집단공격을 가하는 장수말벌

 

일단 적당한 벌집을 발견한 장수말벌은 주위를 맴돌면서 둥지의 크기를 체크합니다. 그리고 배밑에서 분비되는 먹이터 표식 페로몬을 목표벌집 입구 근처에 바르는데 둥지의 규모가 클수록 많은량을 발라서 더 많은 동료들이 목표벌집 공략에 나서게 만듭니다.  

 

이 페로몬은 휘발성이 강해서 수백미터 근방의 같은 둥지 동료들이 금방 알아차릴 정도입니다. 이 페로몬을 맡은 장수말벌들은 냄새의 진원지로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합니다. 가장 손쉬운 상대인 땅벌집 같은 경우 거의 피해를 입지 않고 점령할수 있습니다.

 

 

생태(말벌전쟁)

장수말벌은 모든말벌집을 공격대상으로 삼습니다만 그중 가장 자주 노리는 대상은 털보말벌입니다. 이유는 털보말벌집을 점령했을경우 가장 많은량의 단백질원이 공급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털보말벌이 말벌세계에서 그리 만만한 존재라고 생각하시면 큰 오산입니다. 여기서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7종의 말벌들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고 넘어가겠습니다. (학생들이 말벌7종의 학명을 외우기 쉽게 하기 위해 학명으로 나라이름처럼 지어보았습니다. 학습도 재미 있어야 잘되는 법이죠)

 

털보말벌의 시밀리마 제국 Similliman Empire

학명: Vespa simillima simillima

 

일벌은 17~24mm 여왕벌은 26~29mm인 중형말벌로 둥지는 완벽한 구형(Ball-shaped)입니다. 이름대로 짙은 털이 온몸을 감싸고 있습니다. 둥지의 외피는 흡사 솔방울과 같이 작은 물결무늬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공격성은 장수말벌 다음으로 공격적입니다. 독성은 중간정도입니다만 워낙 개체수가 많아서 사람이 공격당하면 매우 위험합니다. 주로 인가의 처마밑에 자주 집을 짓고 가을에 발견되는 둥지당 개체수는 1000~2000마리에 달하는 말벌7종중 개체수 최대의 거대세력입니다.

 

말벌의 크랩로 왕국 Crabro Kingdom

학명: Vespa crabro

 

일벌은 17~24mm 여왕벌은 27~30mm인 중형말벌로 둥지는 하부가 주로 개방되는 종(Bell-shaped) 형태입니다. 외피는 물결모양의 선이 길고 시원하게 뻗어있고 외피의 표면이 털보말벌처럼 매끈하지가 못하며 중간 중간에 외피를 추가로 덧붙힌 부분들이 자주 보여서 표면이 거칠어 보입니다. 공격성은 털보말벌과 어깨를 견줄정도로 매우 공격적이고 독성은 장수말벌 다음으로 강한 독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말벌도 둥지당 개체수가 많아서 사람이 공격당하면 매우 위험합니다. 말벌의 서식지는 인가처마, 땅속, 나무위등 매우 다양하며 가을에 한둥지에서 발견되는 개체수는 보통 600~1200마리 정도입니다. 두번째 배마디는 전체가 짙은 고동색을 띄며 3, 4, 5번째 배마디의 노란색 띄위에 고동색점이 매우 크게 양쪽으로 2개씩 찍혀 있는것이 대표적인 특징입니다. 말벌이라는 이름때문에 종,속, 과(말벌, 말벌속, 말벌과)의 이름 사용에 혼란을 일으키는 경우가 잦아서 "참말벌" 같은 다른이름으로 불리웠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만 학계에서 받아줄런지는 미지수입니다.

 

 검정말벌의 다이보우스키 산적단 Dybowskii Band

학명: Vespa dybowskii

 

일벌은 17~24mm 여왕벌은 28~30mm의 중형말벌로 앞서 소개된 털보말벌과 말벌의 초기중지를 탈취해서 자신의 둥지로 삼는 사회성 기생말벌입니다. 검정말벌여왕벌은 사무라이 개미의 여왕이 곰개미의 둥지를 습격하듯 털보말벌이나 말벌의 초기둥지를 습격하여 여왕벌을 죽인후 둥지를 탈취합니다. 그후 자신의 알과 애벌레의 육아는 노예말벌들에게 맡기는데 검정말벌 일벌들이 태어나기 시작하면 둥지는 검정말벌 세상이 됩니다.  노예에게 완전의존하는 사무라이 개미와는 달리 검정말벌 일벌들은 둥지확장과 육아를 직접 담당합니다. 공격성은 중간정도이고 독성은 약한편에 속합니다. 가을에 발견되는 개체수는 보통 둥지당 100~400마리 입니다.

 

황말벌의 잔쏩테라 왕국 Xanthoptera Kingdom

학명:  Vespa simillima xanthoptera

 

일벌16~24mm 여왕벌 25~28mm의 중소형 말벌로 털보말벌과 가장 가까운 친척사이입니다. 둥지의 형태는 털보말벌과 비슷한 구형(Ball-shaped)이지만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습니다. 공격성은 중간정도이며 독성도 중간정도 입니다. 주로 처마밑이나 땅속에 집을 짓고 가을에 발견되는 둥지당 개체수는 500~1000마리 입니다. 생김새는 털보말벌과 매우 흡사하지만 전체적인 색상이 누런 황갈색을 띄며 결정적인 차이점은 배의 두번재 마디위에 황갈색 선이 끊어진채로 점처럼 둘러쳐져 있습니다. 털보말벌의 두번째 배마디는 짙은 고동색의 선이 두텁게 둘러쳐져 있습니다.

 

꼬마장수말벌의 듀칼리스 기사단  Ducalis Order

학명: Vespa ducalis

 

일벌은 24~30mm 여왕벌은 34~38mm 인 대형말벌로 장수말벌 다음으로 큰 말벌입니다. 둥지는 하부가 개방된 종형(Bell-shaped)이며 긴 물결모양의 외피를 가집니다. 장수말벌과 비슷한 길이에도 불구하고 머리와 턱의 크기는 장수말벌에 비해 현저히 작으며 배가 다른말벌들보다 비율적으로 길어서 가늘고 긴 멋진 몸매를 가지고 있습니다. 배의 끝부분이 매우 검어서 장수말벌과 비교하긴 쉽습니다. 공격성은 말벌7종중 제일 온순하며 독성은 좀말벌 다음으로 약합니다. 가을에 둥지당 발견되는 개체수는 50~80마리에 불과하여 100을 넘기는 경우는 매우 드물정도로 조촐한 세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좀말벌의 아날리스 대공국 Grand Duchy of Analis

학명: Vespa analis

 

일벌은 22~28mm 여왕벌은 25~30mm의 중형 말벌로 장수말벌의 축소판처럼 생김새가 비슷합니다. 둥지는 주로 나무위 가지사이에 자주 만들고 구형(Ball-shaped)입니다. 외피는 다양한 목재를 선호하는 좀말벌의 특징을 반영하여 매우 선명하고 화려한 색상의 조합이 시원스런 호랑이 줄무늬처럼 뻗어있습니다. 비행사냥을 선호하며 소형 날벌레들에겐 악몽과 같은 존재입니다. 사냥시 쌍살벌처럼 뒷다리를 늘어뜨리는 버릇이 있습니다. 공격성은 꼬마장수말벌 다음으로 온순하며 독성은 말벌7종중 제일 약합니다. 가을에 둥지당 개체수는 100~300마리 정도입니다.

 

장수말벌의 만다리나 제국 Mandarina Empire

학명: Vespa mandarinia

 

일벌은 25~37mm 여왕벌은 37~48mm의 초대형말벌로 크기, 공격성, 독성에 있어 말벌7종 중 최강입니다. 둥지는 주로 땅속 또는 지표면에서 가까운곳에 만들고 하부가 개방된 종형(Bell-shaped)입니다. 곤충계 먹이사슬에 정점에 있으며 말벌을 포함한 다른 야생벌들에겐 공포의 대상입니다. 가을에 발견되는 둥지당 개체수는 보통 400~800마리입니다만 간혹 1000마리가 넘는 초대형 둥지가 발견되곤 합니다.

 

위에서 간략히 설명한대로 털보말벌은 만만한 세력이 아닙니다. 오히려 장수말벌 다음가는 매우 강력한 세력입니다만 장수말벌은 털보말벌의 둥지를 흔히 공격합니다.

 

털보말벌과 비슷한 사이즈의 황말벌과 장수말벌의 크기비교

 

털보말벌은 매우 강력한 세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가을에 보통 1000~2000마리정도의 일벌을 보유하는데 이는 말벌종중 최대의 개체수입니다.

 

막강한 세력을 자랑하는 털보말벌집

 

장수말벌이 털보말벌집을 공격할때 털보말벌의 무기는 홈그라운드라는 잇점과 숫적우세 그리고 격렬한 공격성입니다. 하지만 장수말벌은 크기가 크고 강력한턱과 더욱 긴 독침이 있습니다.

장수말벌의 강력한턱

 

장수말벌의 독침

 

털보말벌의 둥지에 대한 공격을 시작하는 장수말벌과

둥지를 방어하기 위해 쏟아져나온 털보말벌 일벌들

일단 털보말벌의 둥지를 발견한 장수말벌은 배밑에서 분비되는 먹이터 표식 페로몬을 둥지입구 주위에 바르고 그냄새를 맡은 동료벌들이 하나둘씩 둥지앞에 나타납니다. 초반에 장수말벌의 공격은 둥지 외곽에 국한이 되고 포위되는것을 피하면서 털보말벌을 하나씩 상대하며 물어죽입니다 그러면서 틈날때마다 페로몬을 계속 발라 신호를 보냅니다. 이때 주로 사용되는 무기는 강력한턱이며 날개나 다리를 물어 불구로 만들거나 머리나 가슴을 직접물어 죽여버리기도 합니다. 성난 털보말벌들은 둥지를 지키기 위해 경보페로몬을 발동하고 비교적 나이가 많고 노련한 일벌들이 먼저 둥지를 방어하기 위해 쏟아져 나옵니다.

점점 격렬해지는 전투

초반에 날라온 장수말벌들이 외곽에서 신경전을 벌이고 있을때 점점 더 많은수의 장수말벌들이 페로몬에 이끌려 증원되어 날아옵니다. 장수말벌들은 아군의 수가 많아지는것을 느끼면 대담해지는 버릇이 있습니다. 이때부터 장수말벌의 공격이 대담해 지기 시작하는데 바로 그때부터 장수말벌의 희생도 서서히 생기기 시작합니다. 조심성없이 혼자서 깊숙히 들어갔다가 털보말벌들의 집단포위공격으로 하나둘 희생당하는 장수말벌이 생깁니다. 그러나 몇마리정도의 희생으로 기가 꺽일 장수말벌이 아닙니다.

털보말벌집 둥지입구를 장악하기 시작하는 장수말벌들

계속적으로 증원오는 장수말벌들은 많으면 최대 30~50마리에 다달을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보통 장수말벌집의 개체수(400~800)를 고려해보면 총병력의 10분의1정도의 병력만 동원한셈입니다. 목표가되는 털보말벌둥지와 장수말벌의 둥지가 가까우면 더 빨리 증원병력이 도착하기 때문에 반나절안에 상황이 종료가 되는경우도 있지만 거리가 매우 먼 경우 병력증원이 늦어져서 길게는 3일정도 지루한 공방이 계속되는경우도 있습니다. 장수말벌이 둥지 입구 주변을 장악하기 시작하면 이미 전세는 기운것입니다. 왜냐하면 그정도 전황이면 전투에 쓸만한 털보말벌 일벌(나이가 많고 노련한 일벌)들의 대다수는 이미 입구에서 나가 싸우다가 전사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입구 주변이 장수말벌들에게 둥지점령은 시간문제입니다.

점점 깊숙히 밀고 들어가는 장수말벌

입구를 점령한 장수말벌들로 인해 털보말벌들은 둥지입구속까지 밀려 겨우 좁은틈을 이용하여 방어를 하기 시작합니다만 그렇게 지형적인 잇점을 누리게 놓아둘 장수말벌들이 아닙니다. 이때 장수말벌들은 털보말벌둥지의 외피를 턱으로 뜯어서 입구의 크기를 확장시킵니다 그래서 털보말벌들이 넓어진 전선을 효과적으로 방어하지 못하도록 만듭니다. 상황이 이쯤되면 외역나갔다가 들어오는 털보말벌 일벌들도 집앞까지 날라왔다가 장수말벌들에게 쫓겨납니다. 간혹 몇마리가 둥지로의 진입을 시도하지만 곧장 물려죽습니다. 완벽하게 외부와의 접촉이 끊긴 털보말벌  둥지의 운명은 절망적입니다. 이때부터는 장수말벌의 사상자는 거의 생기지 않고 일방적인 학살이 시작되는데 이유는 주로 둥지내에 잔류하는 털보말벌들은 경험이 적은 어린 일벌들이어서 호전성이 떨어져서 적극적으로 둥지방어를 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말벌의 호전성은 나이에 비례합니다.

털보말벌집 외피를 뜯어내 입구를 넓히는 장수말벌

상황종료(둥지점령를 점령한 장수말벌들)

털보말벌 애벌레를 물어 나르는 장수말벌

둥지를 점령하는데 성공한 장수말벌들은 여유있게 영양교환도 하고 휴식도 취하면서 전투로 인해 쌓인 피로를 회복합니다. 이때 피로회복을 위해 털보말벌 애벌레들을 끄집어내서 씹으면서 즙을 짜마신뒤 버립니다. 육즙으로 가득찬 애벌레들은 주로 이런방식으로 전투병의 피로회복을 위해 소모되고 보다 단단한 번데기들은 둥지로 보내져서 여왕벌 애벌레들의 허기를 달래는데 사용됩니다.

양측의 희생

털보말벌둥지점령을 위해 보통 희생되는 장수말벌의 숫자는 적게는 10마리 이하에서 많게는 20마리정도 입니다. 하지만 이는 여왕벌 애벌레들의 안정적인 식량원 확보라는 전략적 목표를 달성한것이 비하면 매우적은 희생입니다 게다가 털보말벌측 피해는 전멸(1000~2000마리)입니다. 털보말벌100마리가 희생될때 장수말벌 1마리가 희생된 셈입니다.

 

 

생태(유럽꿀벌의 방어시스템) 

장수말벌은 양봉하시는분들에겐 가을에 최대의 골칫거리입니다. 하지만 왜 장수말벌이 집단으로 벌통을 노리고 공격해 오는지는 아시는분은 알고 계셨겠지만 모르셨던분도 있으실 겁니다. 그 이유에 대한 설명은 앞서 설명을 이미 드렸습니다. 그리고 먹이터 표식 페로몬에 대한 설명도 드렸습니다.

먹이터 표식 페로몬을 바른 종이위에 몰려든 장수말벌

만약 장수말벌이 양봉통에 먹이터 표식 페로몬을 바르는것이 목격되면 속히 비눗물 같은 것으로 깨끗이 씻어주시는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특정 양봉통앞에 장수말벌들이 운집하면 이미 그 벌통에 페로몬이 발라진것이니 일단 장수말벌부터 잡고 벌통 전체를 깨끗이 닦아주셔야 추가로 안날라옵니다. (그래도 추가로 날라온다면 이미 머리속에 벌통의 위치를 저장한 2회이상 출몰 말벌들이니 이들은 필히 잡아주십시요, 페로몬은 양봉장에 한번도 나타난적이 없는 말벌들을 부르는 신호입니다. 일단 벌통에 나타나면 기억비행으로 위치를 머리속에 완전히 저장해 버립니다.)

 

만약에 깨끗이 닦으시는게 힘드시다면 페로몬이 발라진 벌통의 소비를 깨끗한 새벌통에 옮기신후 새벌통을 같은 위치에 두어 외역꿀벌들이 집을 찾게 도와주시고 페로몬이 발라진 벌통은 양봉장에서 먼곳으로 격리 조치하셔도 됩니다.

양봉통앞에 나타난 장수말벌(언제 페로몬을 바를지 모르는 상황)

 

꿀벌은 다른말벌들과 마찬가지로 장수말벌에겐 유용한 먹잇감입니다. 이유는 꿀벌을 사냥하면 뱃속에 남아있는 약간의 꿀을 섭취할수 있고 꿀벌의 가슴근육은 애벌레를 위한 단백질원으로 사용될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말벌들도 꿀벌집앞에 나타나서 꿀벌들을 채가는 일이 있습니다.

꿀벌사냥을 위해 나타난 황말벌

 

보통 말벌들은 꿀벌을 낚아채면 근처 나뭇가지위에 맨 뒷다리 한개만을 걸친후 거꾸로 매달린채 꿀벌을 머리를 뜯어내고 배를 씹고 꿀을 취한뒤 가슴부분을 씹어 고기경단으로 만든후 둥지로 나릅니다.

별쌍살벌을 사냥한 좀말벌(참고: 동일한 자세로 꿀벌을 처리)

 

꿀벌들도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 않습니다. 기회가되면 가까이 다가온 말벌에게 집단공격을 가하여 죽이는데 꿀벌의 조그마한 턱이나 침으론 말벌을 죽이는데 그다지 도움이 되질 않습니다. 꿀벌의 턱으로 아무리 공격해 보았자 말벌의 갑옷을 뚫을수 없고 꿀벌의 침도 말벌의 갑옷을 뚫을수 없습니다. 양봉장에 죽어있는 말벌들에 몸에서 심한외상(턱에 의한공격)이나 독침공격(독침이 꽂혀있는지의 여부)으로 사망한 말벌이 아직 발견된바는 없습니다. 꿀벌이 말벌을 죽이기 위해 사용하는 것은 열입니다.

 

열공격이란 꿀벌들이 말벌1마리를 에워싸서 봉구(벌덩어리)를 만든뒤 열을가해 죽이는 방법으로 말벌의 치사온도(섭씨 44~46도) 이상으로 열을 가하는데 꿀벌의 치사온도(섭씨 48~50도)보다 바로 아래(섭씨47도)까지만 끌어올리는것이 관건입니다. 바로 이 1도의 차이로 꿀벌은 살고 말벌은 죽는것입니다.

 

흔히들 일본측 학계가 보고한대로 이 열공격을 재래종 꿀벌(Apis cerana)만 할줄 안다고 생각하시는데 유럽꿀벌(Apis mellifera)도 열공격을 가할줄 압니다. 다만 양봉이 재래종 꿀벌처럼 조직적이고 효율적으로 장수말벌에 대처하는 방법을 모르고 열공격이 서투를 뿐입니다. 일본측 학계가 서방측에 보고할때 일본꿀벌(Apis cerana japonica)만이 장수말벌에 대한 열공격이 가능하다는 식으로 보고해서 현재 많은사람들이 오해를 하고 있습니다. 만약에 유럽꿀벌이 열공격도 못한다면 유럽꿀벌도 땅벌들처럼 장수말벌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할수 밖에 없습니다.

봉구열을 무기로 사용하는 유럽꿀벌

 

유럽꿀벌들은 말벌이 침입하면 문지기벌들이 중심이 되서 횡선을 그리며 방어선을 만듭니다. 그러나 말벌이 가까이 오면 그 방어선을 지키지 않고 하나둘 용감하게 말벌에게 돌진합니다. 유럽꿀벌의 이 용감한 돌격 때문에 장수말벌에 의한 유럽꿀벌의 희생은 더욱 커집니다. 이는 마치 방어선을 사수하란 명령을 받고도 홧김에 적들에게 공격을 가하는 노련하지 못한 신참병사와도 같습니다. 

유럽꿀벌에게 당한 좀말벌

 

유럽꿀벌의 열공격은 원시적이긴 합니다만 유럽말벌과 같은 중형급 말벌들에겐 나름대로 효과적인 전술입니다. 유럽에는 현재 우리나라의 말벌(Vespa crabro)의 아종들이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유럽꿀벌은 단독으로 양봉장을 급습하는 말벌들을 상대로는 나름대로 효과적인 방어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유럽꿀벌은 유럽에서 들어온 외래종으로 우리나라 토착종인 장수말벌에 대한 대비책이 없습니다. 마치 신대륙에서 수준낮은 포식자만 상대하던 캥거루가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호랑이를 만났다고 해야할까요.

양봉장을 내습한 장수말벌

 

장수말벌에게 이러한 아마추어적이고 덜 조직적인 열공격은 큰 효과를 보지 못합니다. 유럽꿀벌은 용감해야 적을 물리친다는 본능을 물려받았고 이를 열심히 실천합니다. 이는 유럽꿀벌들의 사상자수가 장수말벌을 만나면 급증하는 중요원인입니다. 장수말벌은 가만히 앉아서 용감무쌍하게 도전해 오는 유럽꿀벌일벌들은 하나씩 물어죽이면 됩니다. 또한 포위될듯한 분위기면 장수말벌은 뒤로 한걸음 빠지거나 날라가버립니다.

유럽꿀벌들에게 둘러싸여 죽어가는 동료의 머리를 물어

구출을 시도하는 장수말벌(동료애가 돋보이는 장면)

 

하지만 전투중에 장수말벌측에게도 불운한 경우는 꼭 있게마련입니다. 무아지경으로 열심히 싸우다가 보면 성난 꿀벌들이 하나둘 달라붙고 순식간에 포위당해 열공격에 의해 하나둘 죽어나가는 장수말벌들도 생깁니다.

유럽꿀벌들을 물어죽이는 장수말벌

 

하지만 유럽꿀벌들이 아무리 강하게 방어를 해도 장수말벌의 집단공격에는 늘 전멸을 면치 못합니다. 보통 양봉통에 평균 3~4만마리의 일벌이 있는데 양봉통 하나를 전멸시키는데 30~40마리의 장수말벌이 동원되면 10~15마리 정도가 열공격으로 희생당합니다. 이는 장수말벌 1마리가 희생당할때 보통 꿀벌  2600~3000마리 정도가 희생되는 셈입니다.

 

전투후 뒤섞인 꿀벌시체와 장수말벌 시체(장수말벌은 무적이 아닙니다)

 

벌통을 장악한 장수말벌은 보통 꿀을 마시면서 지친 체력을 보충한뒤 번데기를 자신들의 둥지로 날라서 여왕벌 애벌레들에게 먹입니다.

 

 생태(재래꿀벌의 방어시스템) 

재래꿀벌(Apis cerana)은 흔히 토종벌이나 한봉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토착종으로 유럽꿀벌보다 약간 작고 채밀력도 유럽꿀벌에 떨어지고 어떤 경우 유럽꿀벌들의 공격을 받아 문지기벌은 죽고 꿀을 빼앗기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장수말벌에 대한 대비책은 나름대로 서 있습니다.

토종벌통을 급습한 장수말벌

1차 방어전술: 화학전(페로몬을 제거하라!)

일단 대대로 장수말벌의 공격을 받아온 재래꿀벌은 나름대로 체계적인 방어 수칙이 있고 이를 철저히 따릅니다. 일단 장수말벌의 정찰벌이 벌통주위에 먹이터 표식 페로몬을 바르면 턱으로 페로몬을 긁어내서 냄새를 제거하는데 총력을 기울입니다. 이는 유럽꿀벌에게는 없는 행동양식으로 장수말벌의 화학적 언어를 해독한 재래꿀벌의 정보력이라 할수 있겠습니다. 이 페로몬 제거 대처법은 성공할때도 있고 성공하지 못할때도 있습니다만 장수말벌의 집단공격 가능성을 줄여주는것은 사실입니다.

재래꿀벌집 입구에 운집하는 장수말벌

 

재래꿀벌집 내부로 진입하는 장수말벌

2차 방어전술: 전시체제 돌입 및 열공격(최소의 손실로 적을 구워버려라!) 

일단 페로몬 제거에 실패하면 장수말벌들이 몰려들기 시작합니다. 이 상황이 발생하면 재래꿀벌은 외역활동의 일체중지를 단행합니다.(벌통앞 고요~~) 이부분에 있어 재래꿀벌들은 유럽꿀벌들과는 다른모습을 보여줍니다. 유럽꿀벌들은 장수말벌이 집단공격을 해와도 외역을 나가는 일벌들이 있을정도로 전시체제에 대한 개념이 없습니다. 즉 집의 일부는 외적을 상대하고 집의 일부는 계속 다른일을 하는셈이죠 상대가 전원을 동원해서 싸워도 버거운 장수말벌들인데도 말입니다.

 

전시체제가 발동한 모든 재래꿀벌 일벌들이 일정하게 짜여진 방어선 안으로 들어와서 두터운벽을 쌓습니다. 그리고 장수말벌이 접근하면 거의 미동도 하지 않다가 때가 되면 최대한 동시에 집단돌격하여 장수말벌을 한번에 포위할려고 합니다. 이는 장수말벌이 기술적으로 회피하면 효과가 적지만 재래꿀벌의 조직력은 잘모르시는분들이 보실때는 유럽꿀벌보다 겁쟁이 같아보이시겠지만 상황을 이해하시는분의 눈에는 조직적이고 노련한 병사들로 보이실겁니다.  

                 열공격에 당하는 장수말벌               적외선 열카메라로 찍은 봉구의 온도

 

 3차 방어전술: 작전상 후퇴(불필요한 손실의 최소화) 

이런방식으로 장수말벌들을 제압하지 못하면 재래꿀벌들은 작전상 후퇴도 할줄 압니다. 일단 상황이 좋지 못하면 재래꿀벌들은 벌통안으로 전부 퇴각해 버립니다. 유럽꿀벌들은 벌통 안으로 전원퇴각하는 이런형태의 작전상 후퇴가 없습니다. 그냥 계속 싸우면서 밀릴뿐입니다. 그래서 유럽꿀벌들은 불필요한 손실이 매우 큽니다.

 

 4차 방어전술: 봉구폭탄 활용(최후의 방어선) 

벌통안으로 퇴각한 재래꿀벌들은 소비에 들러붙어 봉구(벌덩어리)를 미리 만들어 놓습니다. 그리고 벌통안으로 진입해온 장수말벌 머리위로 이 미리준비된 봉구를 폭탄 떨구듯 떨어뜨립니다. 이 봉구덩어리를 뒤짚어 쓰는 장수말벌은 몇초안에 열공격에 의해 사망합니다.

 

 5차 방어전술: 전략적 회피(여왕벌과 둥지의 미래를 위하여!) 

하지만 이런방식으로도 장수말벌들이 무력화되지 않고 계속 공격해 들어오면 재래꿀벌은 최후의 결단을 선택합니다. 여왕벌과 함께 동시에 모두 집밖으로 집단 탈출을 꾀하는것입니다. 집단탈출은 선택할때도 있고 그렇지 않고 유럽꿀벌처럼 전원옥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릅니다. 일단 여왕벌과 일단의 일벌들이 집단 탈출에 성공하면 근처 나무위에 1차 집결지에 모인후 얼마후 적당한 집터를 찾은 정찰벌의 선도로 새로운 집터를 찾아 이주합니다. 어차피 집과 함께 운명을 같이 하느니 집을 버리고 새로운 시작을 선택하는 재래꿀벌의 지혜로움에 경이로움을 느낍니다. 일단 여왕벌과 적정수의 일벌만 보존되면 집단의 생존은 보장 되기때문에 매우 현명한 선택을 한것임에 틀림없습니다.

열공격으로 사망한 장수말벌

 

재래꿀벌통의 장악에 성공한뒤 꿀을 마시며 승리를 자축하는 장수말벌

 

이러한 재래꿀벌의 집단 탈출은 장수말벌은 벌집을 차지해서 여왕벌 식량확보의 부담을 덜고 재래꿀벌은 전멸을 피하고 종을 보존하는데 성공하는 케이스로 꼬리를 끊고 도망가는 도마뱀처럼 포식자는 원하는것을 얻고 포식을 당하는자는 목숨을 유지하는 자연의 신비로운 균형입니다. 

 

생태(여왕벌 탄생, 교미 그리고 동면)

가을내 먹이를 달라고 그렇게 아우성을 치면서 일벌들을 괴롭히던 여왕벌 애벌레들은 늦가을 여왕벌로 우화해서 드디어 둥지에 나타납니다. 이때 수펄들도 같이 나타나는데 둥지안에 일벌수는 점점 감소하기 시작하고 서서히 여왕벌과 수펄들만 남게됩니다.

 장수말벌 수펄(더듬이와 배끄트머리 형태에 주목)

 

말벌수펄들은 더듬이가 흡사 나비처럼 둥글게 휘어 있습니다. 그리고 배끄트머리가 뾰족한 일벌이나 여왕벌과 비교하여 배끄트머리가 뭉툭하고 침을 가지고 있지 않는 대신에 수컷의 생식기가 있습니다.

교미하는 장수말벌 여왕벌과 수펄

 

늦가을 맑은날 장수말벌 둥지입구가 바빠지면 결혼비행이 있는날입니다. 이날 다른 둥지에서도 수펄들과 여왕벌이 대기하는데 결혼비행날 여왕벌과 수펄은 정든 둥지를 떠나 숲으로 날아갑니다. 그곳에서 계속 날라다니면서 적당한 짝을 찾은후 교미를 합니다. 교미는 항상 결혼비행당일에만 이루어지는것은 아니며 숲으로 방출된 수많은 여왕벌과 수펄들이 몇일에 걸쳐 짝을 찾은뒤 교미를 하게되는것입니다. 그러므로 개미처럼 여러둥지들이 꼭같은날 동시에 여왕벌과 수펄을 방출하지는 않습니다. 또한 늦게 우화한 여왕벌과 수펄은 둥지내에서 교미하는경우도 있습니다.

 

늦가을 교미에 성공한 여왕은 동면터를 찾아야 합니다.

 

교미에 성공한 장수말벌 여왕은 나무수액을 마시며 에너지를 섭취하다가 겨울이 가까워지면 썩은 나무둥치 같은 곳을 선택하여 동면에 들어갑니다.

 동면중인 장수말벌 여왕

 

적당한터를 찾아낸 장수말벌 여왕은 길고 추운 겨울동안 동면에 들어갑니다. 보통 동면중에 습기가 몸에 차서 곰팡이에 의해 죽거나 추위에 동사하는 여왕벌이 많아서 겨울을 성공적으로 보내는 여왕벌은 소수입니다.

 

보통 한둥지에 200마리의 여왕벌이 결혼비행을떠나면 여러가지 이유로 120마리 정도만 교미에 성공하고 이 120마리중 대부분이 겨울에 동사하거나 곰팡이에 당하고 20마리 정도만 동면에 성공하며 동면에서 깨어난 여왕벌들도 초기둥지건설 실패나 농약, 사람의 공격(달리는 자동차에 치여죽기도 합니다) 또는 장마등의 기타 이유로 대부분 중도에 죽음을 당하고 겨우 1~2개의 둥지를 가을까지 만들어 내면 성공한 편입니다. 그렇게 여왕벌이 천신만고 끝에 둥지를 성장시켜내면 어떤사람들은 둥지를 약으로 쓴다고 캐가거나 상업적인 이유로 전문적으로 둥지를 캐내서 팔아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슈(익충인가? 해충인가?)

양봉하시는분들 입장에서는 장수말벌을 비롯한 모든 말벌은 해충입니다. 물론 꿀벌을 잡아먹는 사마귀, 두꺼비도 모두 양봉에 해를 끼치는 동물들입니다만 장수말벌은 특히 양봉에게 큰 피해를 입힙니다. 장수말벌이 사람을 쏘아 사람이 사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른 야생화의 수정도 돕고 다양한 곤충들의 개체수 콘트롤에 도움을 주고 말벌계에서 털보말벌이나 기타 다른 특정말벌의 지나친 증가를 견제하는 역할도 하는 장수말벌을 도데체 어떻게 규정지어야 할까요? 장수말벌은 익충인가요? 해충인가요?

 

물론 직접 기르시는 꿀벌들이 장수말벌에게 직접적으로 공격을 당하는 입장(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이신 양봉가분들께는 기르시는 벌의 보호(재산보호)를 위해 당연히 장수말벌을 잡을 권리와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와는 상관이 없는 대다수의 일반인들이 장수말벌을 해충으로 규정하고 이들을 탄압하거나 괴롭힐 권리나 필요가 있는것 일까요?

 

인간의 무분별한 자연파괴와 농약사용으로 인한 야생벌 감소로 인한 먹이감 부족 그리고 삶의 터전을 그 자체를 잃어가는 장수말벌들에게는 어찌보면 인간이 기르는 꿀벌들은 손쉬운 먹이감이자 어쩔수 없이 선택해야 하는 사냥감일지도 모릅니다.  인간이 한반도 나타나기 아주 오래전부터 장수말벌은 토착 야생벌과 균형잡힌 먹이사슬 관계를 유지해왔습니다. 곤충계의 호랑이로 불리워도 손색이 없는 장수말벌, 과연 어떤 평가를 받아야 할까요?

 

장수말벌이 다른곤충들은 다 놔두고 꿀벌만 사냥하는 편협한 식성만 가지고 있는것도 아닙니다. 그들은 재미를 위해 살생하는 악의 화신도 아니며 단지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자연계의 한 일원일 뿐입니다. 왜 인간들은 늘 자신들의 주관적 잣대로 다른 모든 야생동물들을 "익충이다 해충이다" 등의 인간만을 위한 기준으로 평가하려고 하는것일까요? 인간에게 있어 익충이다 해충이다 하는 규정과 정의가 과연 자연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여질까요? 이 모든것에 대한 해답은 이글을 읽으시는 여러분 개개인의 몫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