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 준경묘 유람기(05년 4월 1일)
4월 1일, 참 운이 좋게도 삼척에 있로 갔었습니다.
지방에 일 때문에라도 가는 경우가 있으면 주변 명소를 들르곤 하였는데, 일로 가는 것이기는 하였으나 평소에 그리던 삼척을 갈 수 있어 가는길이 매우 가벼웠습니다.
일이면서도, 줄곧 삼척 미로면 활기리에 있는 준경묘의 소나무 숲을 볼 생각만 가득하였어요. 일을 마치고 오는 길에 꼭 볼 생각이었죠.
3월 29일, 화요일에 삼척으로 갔고, 4월 1일 늦게 삼척을 출발하여 서울로 올라왔죠.
금요일, 일은 오후 4시 경 끝나서 늦었지만, 같이 간 직장 후배 둘을 이끌고 약간 돌라오는 길인 활기리로 향하였습니다.
활기리 입구까지는 삼척 시내에서 20분 가량. 활기리로 들어가는 초입에서 1차선의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5분여 차로 슬슬 달리니 <준경묘 1.8킬로>라는 허름한 표지판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1킬로 남짓을 지난 후 길은 끝나고 민가 한두 채만 덩그라니 있었습니다. 정말 깡촌이라는 표현이 맞을 듯한 곳이더군요.
이상하다 생각하며 차를 간신히 뒤로 돌려 아까의 안내판이 있던 곳으로 왔습니다. <준경묘 1.8킬로>라는 글과 좌회전 표시가 되어 있더군요.
그러나 그 안내판에서 좌회전을 하면 차가 갈 수 없는 산길이었습니다. 그런 곳에 왕가의 릉이 있으리라곤 생각도 못하였는데, 동네사람에게 물으니 그 산길을 가야 한다더군요. 왕복 한 시간 정도 걸린다는 말과 함께요.
한 아주머니가 방명록에 서명을 받습니다. 방명록을 보니 하루에 몇 분 정도 오는 듯하였는데, 그 대부분은 그나마 전주 이씨 종친들인 것 같았습니다.
그 날 온 사람은 제 앞에 한 사람이 있더군요. 제가 간 시각이 해 저물녘이 다 된 시각이니 그 날은 둘이 다녀가는 것인가 봅니다.
급한 오르막을 보며 겁을 내는 직장 동료 하나는 차에 남고 한 후배를 동반하여 갔습니다.
한숨을 푹푹 쉬는 그 후배. 오르막을 오르면서도 따라오는 데 매우 지쳐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0.1톤 넘는 몸을 추스르며 오자니 힘이 들 테니까요.
오르는 길은 아직 나무의 싹이며 생명력이 느껴지는 때는 아닌데도 참 아름답더군요. 우람한 소나무들이 주변에 쭉쭉 뻗어있고, 사람의 손길이 별로 닫지 않아 고스란한 모습이 지켜지는 곳이었습니다.
가쁜 숨을 몰아쉬는 후배를 간신이 얼르며 30분 가량을 가니 앞에 묘역이 보였습니다.
아, 그 아름다운 모습이라니......
자랑스러운 우리의 소나무들이 그 쭉 뻗은 몸매를 거침없이 보여주는 모습은 가히 장관이기도 할뿐더러 그 곧음이 서울서 보던 소나무와는 생경하여 경이롭게도 느껴졌습니다.
둘레 2미터 가량, 높이 30미터가 넘는 금강소나무들이 하늘 높을 줄 모르고 자란 그 모습, 그 중 보은의 정이품송의 신부라는 미인송은 한 군데 휜 곳 없이 미끄러질 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언제 또 와볼 수 있으려나요.
작년 가을 휴가 때 갔던, 우리나라 최고의 소나무 숲이라는, 울진 소광리의 소나무 숲과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가진 곳이었습니다.
아쉬움을 남기고 묘역 주변 소나무들을 돌아보며 발길을 돌렸습니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은 일부러 정선과 평창으로 해 원주까지 험한 산길, 아직 채 녹지 않은 눈이 온산을 뒤덮은 길을 따라 왔습니다. 원주에서부터 고속도로를 타고 서울로 왔지요.
삼척을 갈 일이 있으신 분은 준경묘 주변의 소나무 숲을 돌아보시기 바랍니다. 살면서 한번쯤 가 볼 만한 곳이니까요.
아, 준경묘는 태조 이성계의 5대조인 양무 장군의 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