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 인삼·잣·명태도 세계적 보호종> 한겨레신문 환경뉴스(2010/01/19)
세계자연보호기금, ‘우선 보호종’으로 지정
불법 벌채·남획으로 10여년 안에 사라질 판
인삼, 잣, 명태는 모두 몸에 좋은 먹을거리이지만, 세계적인 보호종이기도 하다.
세계자연보호기금(WWF)이 홈페이지(http://www.panda.org/what_we_do/endangered_species/)에 올린 ‘우선 보호종’ 목록을 보면, 호랑이, 고래, 오랑우탄 등 20종의 깃대종과 함께 명태, 선인장, 대구, 인삼, 잣나무 등 24종의 인간영향종이 포함돼 있다. 이들은 지속 가능하지 않은 사냥, 벌채, 어획으로 위협받는 종 가운데 생태적으로 중요한 것들을 가리킨다.
‘성숙 기간’ 6년 야생인삼, 폭증하는 수요 감당 못해
이 인간영향종 가운데 인삼, 잣, 명태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종이다.
인삼의 학명인 파낙스는 만병통치를 뜻하는 그리스어 파나코스에서 온 말이다. 중국 북부, 한반도, 시베리아 동부에 분포하는 아시아 인삼과 아메리카 인삼의 2종으로 나뉜다.
산삼은 깊은 산에 자생하는 인삼을 가리킨다. 산에 삼의 씨앗을 뿌려 거둔 것을 장뇌삼, 대량으로 밭에서 재배한 삼을 인삼으로 부르기도 한다.
인삼은 수천 년 전부터 한반도와 중국, 북미인디언이 약재로 써 왔다. 그러나 약효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아시아 인삼이 희귀해지자 북미산 인삼 수요도 폭증해, 인삼은 미국의 건강식품점에서 세 번째로 많이 팔리는 약초가 됐다.
세계자연보호기금은 성숙하는 데 6년이 걸리는 야생 인삼이 폭증하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한다고 보고 우선보호종에 올렸다. 게다가 야생 인삼이 자라는 숲의 벌채와 개발도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산삼은 너무 귀해서 국내에서는 법정보호종으로 지정되지도 못하고 있다. 유전자원 보존을 위해 국가 차원에서 식물표본을 보관하고 있는 국립생물자원관과 국립수목원에도 장뇌삼의 표본이 있을 뿐 산삼의 표본은 없다. 또 멸종위기야생동식물로 지정돼 있지도 않다. 구연봉 국립생물자원관 박사는 “수요가 너무 강력해서 보호종으로 지정한다 해도 채취 금지 효과가 의심될 뿐더러 대부분의 야생 인삼은 장뇌삼이어서 자생지 보호 의미도 없다”고 설명했다.
최대 잣나무 숲 불법 벌채가 전체 벌채 절반
전 세계에는 300여 종의 소나무가 있다. 이 가운데 ‘한국 소나무’(Korean pine)란 이름이 붙은 것이 바로 잣나무이다. 잣나무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소나무인 셈이다. 고위도 지역에 주로 자라 백두산 근처에 많지만 가장 큰 잣나무 숲은 극동 러시아에 분포한다. 잣나무는 이 지역 주민의 삶과 야생동물에게 매우 중요한 존재이다. 주민들은 잣을 따고 잣나무숲에서 산삼을 채취한다. 또 잣은 멧돼지의 먹이가 되는데, 아무르범과 아무르표범은 멧돼지를 잡아먹는다.
그러나 지난 50년 동안 러시아 극동 지방 잣나무숲의 3분의 2 이상이 사라져, 이대로라면 전체 숲이 15년 안에 사라질 것이라고 세계자연보호기금은 경고하고 있다. 불법 벌채가 전체 벌채의 절반을 차지한다. 따라서 잣나무숲에 대한 벌채 금지 조처와 함께 수입국도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생산된 목재를 수입할 필요가 있다.
명태도 남획으로 우선보호종에 올랐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국립수산과학원이 자원 회복을 위해 성체를 잡아오면 포상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을 만큼 명태 자원이 고갈됐지만, 북극해 명태의 운명도 비슷해질 가능성이 크다. 명태는 알래스카 명태와 러시아 명태로 구분된다. 주로 베링해와 오호츠크해, 알래스카에서 잡히는데 개체수 감소 추세가 뚜렷하다.
그 이유는 세계에서 페루의 정어리 다음으로 어획량이 많을 정도로 많이 잡기 때문이다. 명태는 게맛살 등 수산가공품의 중요한 원료이기도 하다.
명태는 바다 밑바닥에 살며, 평균수명이 17살에 이를 정도로 오래 살고 성장이 느리다.
남획이 느리게 자라는 저서성 어류에게 치명적이라는 사실은 1990년대 세계 최대 어장이 붕괴해 아직도 회복되지 않은 대서양 대구의 사례에서 극적으로 입증됐다. 전 세계 대구 어획량은 지난 30년 간 70% 감소했고, 이런 추세라면 15년 안에 어장이 소멸할 것으로 세계자연보호기금은 추정했다.
인간 영향에 의해 위협받는 우선보호종 목록엔 이밖에 모든 종의 수출입이 통제되고 있는 선인장, 티크, 마호가니 등이 포함돼 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